■이 남자의 클래식 - 푸치니 ‘잔니 스키키’

재미·아름다움 절묘한 조화
소프라노 따라 해석 달라져
‘아리아의 최고봉’평가 받아


자코모 푸치니(1858~1924)는 베르디(1813~1901)의 뒤를 잇는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전 생애에 걸쳐 12개의 주옥같은 오페라 작품을 남겼다. ‘라보엠’ ‘토스카’ ‘나비 부인’ ‘투란도트’ 등 친숙한 제목의 오페라들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센티멘털리즘(감상주의)으로 대변되는 그의 오페라들은 한결같이 눈물 없인 보기 힘든 것들이지만, 그런 그도 희극 오페라 작품을 남기긴 했다. 바로 푸치니 최후의 작품이자 그가 남긴 유일한 단막 희극 오페라인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13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마을의 대부호 도나티의 죽음으로 그의 일가친척들이 한데 모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슬퍼하는 이 없이 모두 그가 남긴 유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유산은 수도원에 기부하기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들은 거짓 유언장을 만들기 위해 이 마을의 영리하고 꾀 많은 ‘잔니 스키키’를 부른다. ‘잔니 스키키’는 죽은 도나티를 연기하며 새로운 유언장을 쓰게 되는데 친척들에게는 조금씩만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몽땅 자기가 가로챈다. 하지만 일가친척들은 유언장 위조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발만 동동 구르다 물러난다는 이야기이다.

다소 생소한 제목과 줄거리이지만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아리아만큼은 그렇지 않다.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아리아이자 오페라 갈라 콘서트의 1순위 레퍼토리가 바로 이 오페라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가 바로 이 오페라의 주인공인 ‘잔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가 부르는 아리아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매우 효심 깊은 딸아이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담은 노래일 거라 짐작하게 된다. 또 서정적이고 애잔한 선율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맘을 정성껏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회한처럼 들리기도 한다.

유언장 조작을 하고 있는 은밀하고 급박한 순간에 ‘라우레타’는 아버지 ‘잔니 스키키’에게 찾아와 갑작스레 고백을 털어놓는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저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어요. 전 지금 시내에 나가 반지를 살 거예요.” 반지가 의미하는 것은 다름 아닌 결혼반지를 사서 당장 결혼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이 아리아의 진짜 내용은 이제 막 사랑에 빠진 21살의 마음 급한 처녀가 범죄 모의를 벌이고 있는 아빠에게 돌연 나타나 두 눈을 부릅뜨고 반협박으로 결혼 승낙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거짓 유언을 모의하고 있는 범죄의 현장과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소프라노의 노래, 또 피렌체의 수려한 경관을 연상시키는 오케스트라 반주는 재미와 아름다움 양면 모두에서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이 아리아는 소프라노가 부르기에 꽤 까다로운 작품이다. 선율이 아름답다고 해서 감상에만 젖어서도 안 되고 철없는 21살 아가씨의 열정에 천착해서 아리아의 아름다운 선율을 해쳐서도 안 된다. 그렇기에 이 아리아는 매번, 오늘 부를 소프라노는 아리아의 선율에 중심을 둘까 아니면 피 끓는 아가씨의 사랑을 향한 두려움 없는 열정에 중점을 둘까 하며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연출이나 소프라노의 해석에 따라 매번 재탄생이 가능한 사랑스러운 걸작 중의 걸작인 아리아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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