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포장하고 덧붙이는 ‘음악 거짓말’ 아닌, 내 안에서 머리를 거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이다. 몸의 감각이 최대화한 음악. 그렇게 되려면 연주 전(前) 생각의 감각이 무르익어야 한다. 그건 연주할 때도 창작할 때도 똑같다.” 거문고 대중화에 앞장서며, 연주·작곡·공연기획·연출 등 전방위로 활동하는 박다울(30)의 말이다. “거문고 주법과 솔로 악기로서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깊고 넓게 고민한다”는 그는 연주도 전통 방식만으로 하지 않는다. 거문고 현을 퉁기지 않고 몸체를 두드려 연주하는가 하면, 첼로처럼 활로 켜기도 한다. 거문고로 전자음악도 연주한다. 한창 연주하다가 목공용 칼로 거문고 현을 모두 끊어버린 뒤, 타악기로만 사용하기도 한다.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뭔가 폭발하는 지점을 찾다가, 줄을 끊으면서 해방되는 거다. 거문고 본연의 소리에선 멀어지더라도 마음 가는 대로 거문고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출중한 연주 역량과 다채로운 창작 실험으로 국악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줘온 그를 두고, ‘클래식 작곡가로 출발해 비디오아트를 창시한 백남준 같은 기질과 재능이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록 밴드 카디(KARDI)의 일원으로도 활동하는 그의 연주에 대해,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불리는 가수 겸 작곡가 윤상은 “접신(接神)을 한 것 같다”고 한 적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거문고를 배우기 시작해,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그는 ‘블랙 스완’ ‘칠채 뽀시래기’ ‘호모 파베르’ 등 자작곡으로도 크게 주목받아 왔다. ‘모든 소리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미완성곡이 하나 붙은 거문장난감’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엔 ‘박다울류(流) 거문고 산조(散調)’도 발표했다.

“예술이 재미있는 것은 ‘맞고 틀리고’가 없다는 점”이라는 그가 ‘박다울 ㄱㅓㅁㅜㄴㄱㅗ’ 공연을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오는 26∼27일 갖는다. 피아니스트·전자음악가·무용수 등과도 어울리는 무대로, “거문고 해체 과정을 보여주려고 글자를 해체한 공연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우리 모두 품고 있는, 존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거문고에 관한 대서사시’라고 하는 만큼, 거문고 예술의 지평을 더 확장해 보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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