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인 강제 송환 사건에 대해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서훈 전 원장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정전협정을 위반한 ‘유엔사 패싱’ 등 무리한 북송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도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 위반을 비판했고, 유엔도 진상 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적반하장이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에서 보낸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2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처럼 ‘흉악범들은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라는 전체주의적 궤변을 반복했다. 탈북자가 아니라 북한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었다면 ‘흉악범은 우리 국민도 아니다’라고 할 텐가?

더불어민주당 또한 ‘흉악범’ 프레임에 더해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반격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자칭 ‘진보 언론’조차 사형 선고와 같은 ‘16명 살해 흉악범 추방’을 갖고 왜 트집이냐고 큰소리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탈북자 합동신문센터를 ‘한국판 관타나모’라고 비판했던 국내 인권단체들은 말이 없다.

불행히도 2019년 9월 조국 사태 후 진영 논리에 따른 사실과 법의 왜곡은 극에 달해 있다. 게다가 ‘흉악범’ 프레임은 과거 독재정권의 용공 조작처럼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인에게 먹힌다. 이듬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사건에 등장한 ‘월북자 프레임’처럼 여론 재판에 무죄추정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없다.

국정원·통일부·국방부·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서 윤석열 집권 후에도 조용히 자리를 보전하거나 승진한 실무자들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을 바꾸는 것도 ‘정치 보복’ 프레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3월까지 검찰총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후보 시절에는 집권 후 ‘적폐 수사’를 공언해 ‘정치 보복’ 논란을 자초한 적이 있다.

결국 ‘흉악범’ ‘정치 보복’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는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의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조사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아녜스 칼라마르 전 유엔 초법적 처형 특별보고관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책임을 규명한 보고서를 냈다. 지난해 언론 오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우려 표명으로 철회될 수 있었다.

탈북민 북송 사건의 경우, 유엔 결의를 통한 독립 조사나 유엔 북한인권·고문·처형 특별보고관의 조사가 가능하다. 이러한 유엔 조사는 국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를 상대로 탈북민 2인의 생사 확인을 촉구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또한 중요하다. 특히,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자의 한국 국적 보장, 국정원의 탈북민 구금·조사 업무의 법무부 이관, 적법 절차와 강제송환 금지 원칙의 성문화는 한때 시민사회와 민주당이 추진했던 개혁안과도 충분히 조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유엔 조사단의 제도 개선책까지 수용한다면 더욱 이상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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