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산업부 차장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에 입점해 있는 식당, 병원, 약국 등의 업주들은 최근 송파경찰서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한 달째 쿠팡 사옥 로비를 점거하고 통행을 방해하자 찾아오는 고객이 20%가량 줄어들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대형 확성기 시위에 참다못한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 또한 경찰과 구청에 전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한민국 곳곳이 민주노총이 벌이는 이른바 ‘민폐(民弊) 시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46건의 파업이 벌어졌다. 기업과 무관한 선량한 시민과 자영업자, 관계사들을 인질로 잡는다는 점에서 ‘볼모 시위’라고 부를 수 있다. 사측이 수용하기 곤란한 요구 조건을 내걸고 경찰과 특정 정당, 민주노총 지도부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에선 ‘알박기 시위’다. 볼모든 알박기든 자신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타인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저질 중의 저질 행태다.

불과 120명의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 일부 노조원이 50일 넘게 벌였던 불법 파업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 본사엔 8000억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임직원과 가족에겐 생존의 위협을 안기며 심각한 민폐만 일으켰다.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부채비율 546%의 부실기업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치명적이다. 애초 이들이 내건 요구 조건은 ‘임금 30% 인상과 상여금 300% 인상’이었다. 전체 98%에 해당하는 다른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4.5∼7.5%의 임금 인상 협상을 마무리했다. 더구나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조조정을 하거나 사업장을 닫겠다는 것도 아닌데 임금이 눈높이만큼 올라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를 사지로 내모는 파업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CJ대한통운 사옥을 한 달간 불법 점거했다가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고 지난 3월 ‘빈손’으로 파업을 접은 바 있다. 그런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실수를 한 것이다.

이런 민폐 시위가 공권력의 힘과 법의 원칙이 서 있는 미국 등 주요 서구 선진국에서 벌어졌다고 상상해 보자. 자신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남의 권리도 중요한 선진사회에선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불법 노조가 감당할 수 없는 소송의 후폭풍과 법의 응징을 떠안게 될 것이다. 정치권·공권력, 그리고 국민의 위에 민주노총만 우뚝 서 있는 전형적인 한국적 상황인 셈이다. 이래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노동계의 시대착오적 기업관과 불법 파업 관행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 5년간 민주노총 앞에 공권력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번에도 노조 측은 불법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손해배상 청구 면제 카드를 막판에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만큼 이 정부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공산이 크다. 만사가 과유불급이다. 노동계의 민폐 시위가 극렬해질수록 국민의 반감은 커지고 노동계 스스로 고립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천하무적이라지만 민심 앞에서 장사란 있을 수 없다.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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