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본 책무는 법치의 현장 집행, 즉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불법 및 범죄를 예방·진압·수사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 경찰에 합법적 무장과 무력 행사를 허용했다. 그런 만큼 확고한 법치 수호 의지와 복무 규정 준수가 더욱 중요하다. 13만 명을 넘는 경찰 인력이 불만이 있다고 국가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이면 더 이상 국민의 경찰은 아니다. 특히 현장 지휘 책임자인 경찰서장(주로 총경)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 때문에 경찰법은 ‘경찰서장은 시·도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관할구역의 소관 사무를 관장’한다는 선명한 지휘 계통 조항(제30조)을 별도로 두고 있다.

따라서 전국 경찰서장의 상당수가 상급 지휘 라인의 만류 및 명백한 불허 지시에도 집단행동을 가진 것은 국기(國紀)를 흔드는 심각한 일탈 사태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합리적 설득력이 있는 주장을 하더라도 그런 식의 집단행동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더욱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는 현 단계에서 명분도 없다. 경찰청은 지난 23일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참석한 총경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거대한 경찰 조직은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위험한 중구난방 조직이 될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 경찰청장 후보자)의 “회의 중지” 직무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전국 경찰서장 9%가 한꺼번에 ‘위수지역’을 이탈한 건 중대 사태다. 정부조직법 34조 1항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 없으므로 경찰국 신설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황당하다. 같은 법 34조 5항에 ‘치안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분명히 나와 있다.

경찰은 9월부터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수사 개시권·종결권을 행사하고, 2024년부턴 대공 수사권도 넘겨받는 등 ‘공룡 권력’이 된다. 장관의 통제도 경찰 사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치안, 방범 등에 국한할 뿐 수사에 대한 개입도 아니다. 경찰국 문제는, 일단 시행하면서 문제점이 감지되면 신속히 보완하면 될 일이다.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경찰은 자중하면서 국민의 판단을 지켜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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