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세계 경제와 닮은꼴 美 레이건式 민간활성화 필요 엄격한 통화 관리와 감세 중요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 6%, 미국 9.1%였을 만큼 각국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그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통화를 너무 많이 푼 데 있다. 현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있다는 사람이 많으나, 그것은 단지 보조적 원인에 불과할 뿐 근본적 원인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원인으로 본다면 제대로 된 해법을 찾기 어렵다.
통화량이 많이 풀리면 왜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되는지는 루트비히 폰 미제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전개한 오스트리안 경기순환이론으로 잘 설명된다.
우리가 소비하는 최종 재화는 순간적이 아니라, 긴 과정을 통해서 생산된다. 자원의 일부가 저축돼야 하고, 여기에 토지와 노동이 결합돼 자본재가 생산된 다음, 그 자본재를 이용해 최종 재화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통해 생산된다. 저축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수익성이 없었던 투자 프로젝트, 즉 자본재 생산이 갑자기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기업가들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그 자본재 생산을 실행한다. 자본재 생산이 증가하고, 자본재 생산에 투입되는 임금과 토지 등 생산요소 소유자들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경제가 일시적으로 붐을 이룬다.
시간이 흐르면 자본재 부문에서 생산요소에 대한 쟁탈전으로 생산요소 가격이 오른다. 그러면서 새로 시작한 투자 프로젝트의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기 시작한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생산요소의 가격 상승에 이어 소비재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이에 반응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한다. 신용 확대가 멈추게 되면서 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생산요소 가격과 금리의 상승으로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감에 따라 이윤을 내지 못하면 기업가들은 진행 중인 투자 프로젝트를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실업이 발생하고 경기가 후퇴한다. 사실 이것은 금리 인하로 인한 잘못된 투자를 교정하라는 신호다. 이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다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기가 더욱 침체되는 불황이 동시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국의 통화량 M1과 M2가 2009∼2021년 중 각각 1161%와 163% 증가했다. 한국 역시 금융위기 이후 M1과 M2가 각각 315%, 153% 증가했다. 전 세계 통화공급량(M2)이 2008년 GDP 대비 99.8%였던 것이 2020년 143.9%까지 치솟았다. 필자를 포함한 오스트리안 경기순환이론을 연구해온 사람들은 수년 전부터 과도한 통화팽창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런데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를 무시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미만이므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없다고 보아 통화량을 마구 늘렸다.
사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도 그랬다. 미국은 통화 발행을 통해 베트남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사회보장제도와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지출을 늘리는 데 썼다. 통화량 증가로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세계 각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자국의 통화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화량이 급증했고, 그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됐다. 오펙(OPEC)의 감산 조치에 따른 유가 상승은 그 보조적 원인일 뿐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과다한 통화 발행이 생산구조를 왜곡시킴에 따라 발생한 문제다. 따라서 풀었던 통화량을 거둬들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고, 민간경제 활성화를 통해 왜곡된 생산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실제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도 그렇게 해서 해결됐다. 1981년에 들어선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가 금리를 인상하며 엄격하게 통화를 관리하고, 강도 높은 규제 완화, 감세, 재정지출 감소로 민간경제를 활성화하자 경제가 살아났다.
이런 측면에서 적극적인 감세와 규제 완화, 정부지출 감소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경제정책의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실행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치력을 잘 발휘해 꼭 실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