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인기비결은?

‘X세대’ 나영석(가운데 사진) PD가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은지, 미미, 안유진, 이영지 등 평균 나이 24세인 ‘MZ세대’의 거침없는 입담 앞에 쩔쩔매는 장면은 tvN ‘뿅뿅 지구오락실’의 웃음 포인트다.
‘X세대’ 나영석(가운데 사진) PD가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은지, 미미, 안유진, 이영지 등 평균 나이 24세인 ‘MZ세대’의 거침없는 입담 앞에 쩔쩔매는 장면은 tvN ‘뿅뿅 지구오락실’의 웃음 포인트다.


‘히트작 제조기’나영석·이우정
기존 작품과 달리 MZ와 소통

“영석이 형 울겠다, 그만해…”
“게임 너무 안해… 부도나겠어”

평균 나이 24세 여성멤버 4인
제작진 몰아세우며 웃음 유발


“영석이 형 울겠다, 그만해!”

이 한 마디는 ‘여성 MZ세대 예능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연출 나영석·지구오락실)의 재질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여기서 ‘영석이 형’은 ‘1박2일’을 시작으로 ‘삼시세끼’ ‘윤식당’ ‘신서유기’ 등 2000년대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나영석 PD다. 웬만한 프로그램에서 주도권을 쥔 지략가로 판세를 쥐락펴락하던 나 PD지만, MZ세대 여성 4인방으로 구성된 ‘지구오락실’에서는 순식간에 기가 빨려 “내가 돈 줄 테니까 조용히 가자”고 타이른다.

◇평균 나이 24세, 못 말릴 나이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뭉친 4명의 용사’라는 콘셉트에서 시작해 먹거리를 두고 각종 게임을 하는 ‘지구오락실’의 진행 방식은 나 PD의 또 다른 예능 ‘신서유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출연진이 바뀌자 양상은 달라진다. ‘신서유기’에서는 나 PD가 우세하지만, ‘지구오락실’에서는 철저하게 열세다.

‘지구오락실’은 개그우먼 이은지(30), 걸그룹 오마이걸의 미미(27), 래퍼 이영지(20), 걸그룹 아이브의 안유진(19)으로 구성된다. 네 멤버의 평균 나이는 24세. 1976년생인 나 PD와는 20년 넘게 나이 차이가 난다. 이들이 쏟아내는 에너지에 나 PD와 제작진은 압도된다. ‘괄괄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영지는 “‘지구오락실’인데 게임을 너무 안 해요. 이러다 부도나겠어”라며 몰아세우고, 제작진은 수시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입담도 거침없다. 막내 안유진은 나 PD가 퀴즈를 내며 오류를 범하자 지체 없이 “땡”을 외치고, 다른 멤버들은 “용납 못 한다”고 거세게 항의한다. 숨 돌릴 틈 없는 그들만의 ‘티키타카’에 나 PD는 진땀을 뺀다.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주저하지도, 눈치 보지도 않는다. 감정 표현도 자유롭다. 기쁘면 크게 웃고, 피곤하면 소파에 널브러진다. 자기 모습을 정돈하려는 의도는, 요즘 표현을 빌리면 ‘1도’ 없다. 이를 지켜보는 MZ세대 시청자들도 열광해 2.2%로 시작한 시청률은 3% 턱밑까지 왔다. 나 PD는 “MZ세대의 아이콘을 캐스팅했는데,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와 놀랐다”면서 “내가 몇 년 동안 모아온 운을 이 캐스팅에 다 쓴 것 같다. ‘내가 금광을 캤구나’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나영석 PD가 MZ세대와 소통하는 방법

나 PD는 대한민국에서 트렌드를 가장 잘 읽는 크리에이터로 꼽힌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 ‘1박2일’을 론칭했고, 힐링과 요리 예능이 각광받자 ‘삼시세끼’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MZ세대를 정조준했다. TV 세대를 사로잡은 그가 이제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와 손잡겠다는 선언과 같다.

“(이)서진이 형, (강)호동이 형과 친하고 호흡도 잘 맞지만 새로운 출연자와 일한 지 꽤 오래됐구나 싶었다. 젊은 연령대 여성들로 꾸려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1회만 봐주시면 여러분 모두 이분들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빠질 것”이라는 나 PD의 기획의도에서는 새로운 스타 발굴과 동시에 MZ세대 시청자와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숱한 히트작을 낸 나 PD와 이우정 작가는 ‘예능 9단’이다. 그런 그들이 ‘지구오락실’ 4인방에게 당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철저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1박2일’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이수근 등이 제작진에게 번번이 당하고 망가지며 웃음을 이끌어 내던 때의 역발상이다. 소위 ‘꼰대’라 불리는 X세대 제작진이 거침없는 MZ세대 앞에 녹다운되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이는 나 PD가 자존감, 자신감 충만한 MZ세대 출연진,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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