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의 TV 채널은 4개뿐이다. 뉴스 전용인 조선중앙TV 등 모두가 관영 매체로 내용도 교육 및 스포츠 등 매우 제한적이다. 채널이 수백 개나 되는 우리와는 비교 불가다. 신문 역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민주조선 모두 관제다. 출판물도 철저히 검열 대상이다. 김 씨 일가의 유일 수령사상체제를 옹호하는 내용이 태반이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 강조 등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와는 양립할 수 없는 언론관이다.

정부가 북한 TV·신문 및 여타 출판물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청·열람 금지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한다. 목적은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이란다. 일정이 연기됐던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 포함됐다. 북한 방송 등을 국내에 먼저 개방하고 북한에 이에 상응하는 호응을 유도하는 것도 검토할 방침이다.

지금도 북한 방송을 시청한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지만, 위성방송 수신을 위한 장비를 갖춰야 하므로 현실적으로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등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999년 국민·신문사·통신사·방송사가 북한 위성TV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북한 방송을 개방하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

우선, 북한 위성TV 수신이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반국가 투쟁 목적’인 경우에는 불법이다. 현행 국가보안법은 제7조 제1항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선전 및 선동, 제5항의 문서·도화 등 표현물의 복사·소지·운반 등에 대해 처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북한의 신문·TV·출판물을 개방하더라도 친북 정서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나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부 좌경 세력의 경우에는 북한의 선전 내용을 합법적으로 교육하고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F-35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을 하라는 지령을 받아 수행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된 일명 ‘청주간첩단’ 사건 등은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토착 간첩과 북한의 공작원이 조직적으로 북한의 출판물을 유포하고 왜곡하더라도 처벌할 방법이 여의치 않다. 평양 통일전선부의 대남 통일전선전술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 개방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한반도의 상황은 1974년 동서독의 전면적인 상호 방송 개방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동독은 15년간 서독 방송을 개방하고 단계적으로 문화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북한이 현재 또는 미래 어느 시점에 한국 방송을 개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철저하게 외부 자본주의 풍조를 차단하는 ‘모기장 이론’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이다. 탈북자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김정은 시대에 구축한 북·중 국경의 이중 철책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엄격한 상호주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균형은 맞춰야 한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의 방송 교류가 논의됐으나, 주로 우리가 자본을 투자하고 북한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등이 국내에서 방송됐을 뿐이다. 북한의 남한 방송 통제는 철저하다. 심지어 영국 프로축구 토트넘의 경기를 녹화 중계방송하면서 손흥민 선수가 뛰는 장면만은 완전 삭제한다. 기대하는 민족 동질성 회복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개방에 앞서 보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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