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서 7조 원 규모의 이상(異常) 외환거래가 이뤄지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의 감독 범주에 들지 않은 가상화폐거래소는 물론, 무역 거래에서 신용장 작성이 줄어드는 추세 등이 외환거래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상 외환거래에 따른 여파가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은행권 사고예방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오는 10월 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업무보고 모두발언을 통해 “10월 중 내부통제개선 최종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배구조법 개정안 추진 지속 협의 등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 강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TF는 지난 26일 첫 회의를 개최한 뒤 총 6차례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4곳, 지방은행 2곳, 특수은행 2곳과 준법감시인이 회의에 참여한다.
금감원이 이런 대응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시중은행에서 이상 외환거래와 700억 원대 횡령 사태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금감원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발행한 이상 외환거래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4조 원대라고 밝혔다. 다른 금융권까지 합치면 7조 500억 원대의 자금이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갔다.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하면서 이상 외환거래로 해외로 간 자금의 출처는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코인을 구입하고 이를 다시 현금으로 인출하면 자금의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이후 국내 무역법인의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 및 법인을 거쳐 무역법인으로 송금됐는데, 이 무역법인도 화장품업, 여행업 등 다양한 업종을 내걸었지만 실제로 본업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자금 이동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무역법인으로 해외에 송금될 때도 최근 신용장을 작성하지 않는 추세에 따라 자금 추적이 어려워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무역거래에서 신용장을 작성하는 경우는 15~20%에 불과하다.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잠정 결과를 발표한 금감원은 다음 달 5일 이후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후 신설업체로 외환송금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이면서 △자본금의 100배 이상이거나 △가상화폐거래소 연계계좌 운영 은행(신한·전북·NH농협·케이뱅크)으로부터의 입금 거래가 빈번하거나 △특정 영업점의 외환송금 실적이 50% 이상 차지하는 거래가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