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챔피언십… 日에 0-3 패
변칙적인 수비 전술 안먹혀
후반 실점뒤 급격히 무너져
선수도 반격의지 없이 무기력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축구대표팀이 한·일전에서 또다시 패했다. 전술과 투지 모두 실종된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긴 대표팀을 향해 ‘도요타 참사’라는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파울루 벤투(사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졌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3골 차 이상으로 패한 건 1974년 9월 정기전(1-4), 2011년 평가전(0-3), 지난해 3월 평가전(0-3)에 이어 4번째다. 요코하마 참패 이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사과문까지 발표했는데, 불과 1년 4개월 만에 참사가 재현됐다.

한국은 2승 1패(승점 6)로 1위에서 2위로 떨어지며 E-1 챔피언십 4연패에 실패했다. 일본은 2승 1무(승점 7)로 2위에서 1위로 올라서며 2013년 이후 9년 만에 통산 2번째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일본과 역대 전적에선 42승 23무 16패로 앞서지만 2000년대 이후 전적에선 6승 7무 6패로 팽팽하다.

참패의 원인은 벤투 감독의 전술 실패에 있다. 벤투 감독은 수비에 중심을 뒀다. 이날 중앙 수비수 2명을 사용하는 포백 포메이션을 활용했는데, 센터백 3명을 기용했다. 중앙 수비수가 본래 자리인 권경원(감바 오사카)은 센터백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됐다. 권경원은 프로데뷔 초엔 수비형 미드필더였으나 2015년부터 센터백으로 자리를 잡았다. 벤투 감독도 그간 권경원을 중앙 수비수로만 쓰다가 이날 처음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의 강력한 전방 압박 탓에 익숙하지 못한 자리에 배치된 권경원, 그리고 중원과 수비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벤투 감독은 후반전에도 기존 전술을 강행했고, 결국 후반전에 내리 3실점 했다. 실험적인 전술을 가동하고 전혀 대응하지 못해 참패하는 모습은 1년 4개월 전 요코하마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 이강인(마요르카)을 최전방에 배치, 0-3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익숙하지 않은 전술을 최대 라이벌전인 한·일전에서 2차례나 연속으로 적용, 참패한 책임은 오롯이 벤투 감독에게 있다.

선수들의 투지도 문제였다. 선수들은 무기력했고, 후반 4분 첫 실점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반격의 의지마저 없었다. 게다가 일본 선수들의 돌파를 저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플레이, 최선을 다하는 장면도 연출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직후 발언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벤투 감독은 “일본의 수준이 달랐다. 90분 동안 한국보다 잘했다. 정당한 승자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약점을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그걸 노렸지만 한국이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했다”며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허종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