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포스코의 협력업체 근로자 5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불법파견 소송과 관련해 11년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불법 파견 소송에 대해 하청 직원을 직고용하라고 판결한 지 1년여 만에 동일한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 이후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는 직고용 관련 소송에서 대기업들이 최근 연달아 패소하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안철상·이흥구)는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업체 소속 양모 씨 등 59명이 원청에 대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포스코로부터 검증을 받은 작업 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고, 포스코의 제품 생산과정과 조업체계는 현재 전산관리시스템에 의해 계획되고 관리되고 있다”며 “원고들에게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포스코의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가능한 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포스코는 법정에서 구체적 작업 명령에 개입하지 않아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이미 정년이 지난 원고 4명에 대해선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원심 승소 판결을 각하 취지로 파기했다.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1년 사내 하청 근로자들은 1998년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며 도급 계약에서 허용되지 않는 원청의 직접 지휘·명령 등을 받았다는 이유로 직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는 현재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유사한 소송 8개를 진행하고 있고 대부분 패소한 상태여서 향후 추가적인 직고용 전환이 불가피한 상태다. 특히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포스코 하청 근로자 1만8000여 명 전원을 직고용하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인력 운용 관련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에도 현대위아의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7년여 만에 6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단했다. 사법부에서 직고용 관련 근로자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인 현대차, 한국GM, 기아 등 산업계에서도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도 수천 명 이상의 비정규직 직원을 직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문을 내고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의 변화,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