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carer)이란 말은 비탄과 슬픔을 뜻하는 독일어 ‘chara’와 관련돼 있다.
‘돌봄’은 필연적으로 괴로움을 수반한다. ‘돌보는 사람들’과 ‘히든 밸리로드’는 이 돌봄의 기록이다.
‘돌보는 사람들’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조현병을 앓는 아버지를 ‘떠안게’ 된 소설가 샘 밀스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 레너드 울프, 젤다 피츠제럴드의 남편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야기와 얽히며 진행된다.
저자는 처음 아버지와 함께 간 병원에서 “간병인이세요?”란 물음에 “아니요, 딸입니다”라고 당혹감을 드러낸다. 가장 큰 문제는 아버지를 돌봄으로써 작가로서 자신의 삶이 흔들린다는 것. 저자는 ‘아버지가 병증 재발로 입원했던 지난가을 수개월 동안 내 삶은 유예됐다’고 토로한다. 환자를 위해 간병인의 삶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문학 분야의 전례를 끌어들여 자신의 삶과 교차시킨다. 레너드는 ‘성공한 간병인’이다. 레너드는 조현병을 앓는 버지니아 곁에 늘 머물렀다. 아내를 위대한 작가로 존중했던 그는 버지니아가 스스로 탓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늘 격려했다. 레너드의 간병인으로서의 노력 덕분에 그와 버지니아는 부부로서의 삶을 누렸다고 책은 진단한다.
반면 소설가 스콧은 ‘실패한 간병인’이었다. 스콧은 아내 젤다를 스위스 최고급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아내와의 말다툼이 늘어가고, 어느 순간부터 아내를 기피한다.
젤다가 정신이상에 함몰된 사이 스콧은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젤다를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병증 사례로 여긴 생각이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 그는 아내를 파멸시키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파멸시켰다.
결국 돌봄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환자가 간병인에게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간병인이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깨달음. 책의 마지막 순간, 저자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라고 고백한다. 458쪽, 2만1000원.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콜커의 논픽션 ‘히든밸리로드’의 사례는 더 극단적이다. 돈과 미미 갤빈 부부는 1945년부터 1965년까지 12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그중 6명이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콜로라도주 히든밸리로드에서 야생 매를 길들이며 사는 평온한 일상의 이면엔 형제들의 잇따른 정신발작, 충격적인 폭력, 은밀한 성 학대가 있었다.
어머니 미미는 악전고투한다. 그녀는 혼자서 아픈 아들 모두를 돌보며 가족을 지킨 영웅이었지만, 한편으론 상처받은 딸들을 내버려둔 나쁜 엄마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고 딸들도 그녀의 진심을 알아주며, 가족의 아픔을 함께 보듬는다. ‘우리의 관계는 우리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우리를 변화시키고 회복시킬 수도 있다’는 막내딸 린지의 고백은 뭉클한 울림을 준다. 520쪽, 2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