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의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후반에만 3골을 허용, 0-3으로 완패했고 일본에 이어 2위에 그쳤다.
지난해 3월 일본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도 0-3으로 졌었기에 충격은 제법 크다. 2회 연속 0-3. 이쯤 되면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을 ‘삼대영’으로 부를 만하다.
그리고 ‘오대영’이 떠오른다. 한때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별명이었다. 그는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조국 네덜란드의 사령탑을 맡아 E조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0-5의 굴욕을 안겼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는데 2022 한일월드컵을 1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프랑스, 체코에 잇따라 0-5로 고개를 숙였다. 오대영 감독이란 조롱을 받은 이유.
하지만 히딩크 전 감독은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자신이 세운 계획표대로 다양한 전술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도높은 훈련을 이어가 월드컵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벤투 감독에게 조롱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포메이션을 계속 바꿔 되레 혼란을 야기한다’, ‘선수 선발에 일관성이 없다’, ‘맞춤형 전술이 부족하다’는 등 화살이 빗발치고 있다. 11월 개막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이 넉달도 남지 않았기에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전술 및 선수 테스트는 의미가 없다. 아니 실험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젠 대표팀 구성, 전술의 뼈대를 맞추고 ‘심화학습’에 돌입해야 한다. 히딩크 전 감독은 ‘옥석’을 가리는 재주가 뛰어난데다 대표팀 전원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완벽한 조직력을 조련, 4강 신화의 밑거름을 완성했다. 오대영 감독이 삼대영 감독에게 주는 교훈이다.
카타르월드컵에 앞서 오는 9월 마지막 A매치가 열린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 0-5의 수모를 안겼던 프랑스와 대등하게 맞섰다. 아쉽게 2-3으로 졌지만, 확 달라진 국가대표팀에게 칭찬이 쏟아졌고 16강을 넘어 4강까지 질주를 거듭했다.
모의고사 성적이 나쁘다고 수능마저 망치는 건 아니다. 인적 자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술전략을 마련하고,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갖춘다면 삼대영 감독도 오대영 감독처럼 비난을 신뢰로 바꿀 수 있다.
이준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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