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기혼자녀 근거리 거주하는 ‘세대공존형’ 오세훈 시장 “향후 SH 임대주택단지에도 적용” ‘3대 거주형 주택’은 하계 5단지에 시범 조성
싱가포르=곽선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현지시간) 캄풍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 시설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청 제공
부모세대와 기혼자녀가 가까이 살 수 있게 있게 하는 노인복지주택단지인 ‘골드빌리지’(가칭)가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들어선다. 또 부모세대와 자녀·손자녀세대가 한지붕 두 가족처럼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함께 사는 ‘3대 거주형 주택’은 재건축을 앞둔 하계 5단지에 시범 조성된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북부 실버타운 ‘캄풍 애드미럴티’를 찾아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급속한 고령화와 아이 돌봄 등 일상 속 고충을 해결할 대안으로 골드빌리지와 3대 거주형 주택 등 두 가지 유형의 ‘세대공존형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오 시장은 “은평 서울혁신파크에 어르신 주거 100∼200가구, 자녀 주거 100∼200가구 등을 조성하고, 보육·커뮤니티시설을 함께 넣어 상업·업무시설을 함께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은평 혁신파크는 부지가 굉장히 넓고 복합적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그 공간에서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허물 것은 허물어 골드빌리지를 실험해보고자 한다”면서 “그것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앞으로 재건축 하는 임대주택단지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 혁신파크 부지 면적은 축구장 15개 크기와 맞먹는 10만여㎡다. 서울시는 혁신파크를 1호 골드빌리지로 조성한 데 이어 2호 골드빌리지로 강동구 시립요양원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골드빌리지는 통상 쓰이는 실버타운 대신 인생의 황금기란 뜻에서 골드를 붙였다는 게 SH 측의 설명이다. SH는 5대 권역별로 역세권 등의 입지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 시장이 주목한 캄풍은 활동 반경을 넓히기 힘든 노년층이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된 프로젝트형 주택단지다. 골드빌리지의 실제 모델에 해당한다. 캄풍은 시골마을을 뜻하는 말레이시아 말로, 노년층의 원활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캄풍의 실제 거주 시설 내부 모습. 서울시공동취재단.
캄풍은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싱가포르 주택개발청과 보건부, 유아개발부, 국립환경기구, 육상교통청 등 다양한 정부기관이 참여해 조성했다. 싱가포르 최초 시니어 세대 주거에 주안점을 두고 종합병원, 공원, 커뮤니티시설, 쇼핑센터, 은행, 식당 등 편의시설을 층마다 배치한 게 특징이다. 건물 옥상 공원에서는 식물을 직접 재배해 요리할 수도 있다. 거주 시설 안에는 노년층의 안전을 고려해 가구에 안전 바를 설치하고 주요 동선마다 턱을 없앴다. 끈이 달린 붉은 색 비상벨도 비치돼 있다. 현지 관계자는 “캄풍의 입주자격은 55세 이상이며 현재 2개동에 총 104가구가 거주한다”며 “특히, 1㎞ 반경 건물에 자녀 세대들이 거주하고 있어 수시로 부모 세대를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자신들의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출근하는 게 일상”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시는 또 다른 세대 공존형 주택인 3대 거주형 주택은 별도의 주택 평면을 개발해 재건축을 앞둔 하계 5단지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는 3대 거주형 주택에 입주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양육친화형 보증금 지원, 3대 거주 특별공급 청약제도 신설 등이다. 싱가포르도 자녀가 부모와 가까운 곳에 주택을 구매할 경우 ‘근접주거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3대가 모여 사는 것을 국가 정책으로 장려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양 속담에 어르신들과 기혼 자녀들, 손자·손녀 키우는 자식들은 스프가 식지 않은 거리에 사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면서 “세대통합형, 부모 자식 간에 근거리에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효용성이 높은 이런 주거 제도가 잘 정착이 되면 민간이 건설해서 분양하는 아파트 형태에도 이런 모델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선도적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