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문설주에 빨간 고추를 매단 태몽으로 태어난 손녀가 며칠이면 돌을 맞는다.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랜선으로만 지켜볼 뿐, 그나마 다행이다. 돌잔치는 언감생심이며, 나라 안팎의 소식들이 적잖이 걱정이다. 살 만큼 산 사람이야 미련이 있겠냐만, 저 어린싹들의 세상은 더 나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조병화 시인의 ‘의자’에서 보듯,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의 발전적 이행은 공동체 지상 과제다. 비슷한 맥락에서 세대 이행의 상징을 의자에서 찾고 있는 화가 정미영.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의자는 사람의 아우라를 띠고 있다. 시공을 초월한 숙명의 과제를 관조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왼쪽의 붉은 의자는 유려한 곡선과 색상, 꽃문양이 살아 있어 화려하다. 오른쪽은 단조롭지만 무언가 치열하게 일을 했던 흔적들로 가득한 낡은 의자다. 상이하면서도 참 조화로운 커플이다. 전자가 문화, 후자는 땀으로 얼룩진 삶으로 모두가 잘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창밖에 누군가 오고 있다. 시인의 표현대로 아침을 몰고 오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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