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학연령 하향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려다 거둬들인 것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정책 발표 때 보여온 ‘장관 정책 발표→논란 확산→대통령실 번복’이라는 고질병을 다시 한 번 노출한 것이다. 정책실장직 폐지 뒤 정책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여파라는 비판과 함께 장관들의 섣부른 정책 발표나 정책 간 충돌을 막기 위한 대통령실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3일 나온다.
정부의 취학연령 하향 구상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보고한 지 나흘 만인 2일 폐기됐다. 취학연령 하향은 윤 대통령의 공약, 국정과제 등에서 예고된 바 없던 돌발성 정책으로 발표 당일부터 교육계와 학부모 반발을 불렀다. 논란이 커지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식화는 아니다”라고 박 장관과의 거리를 뒀다. 이는 지난 6월 주 단위 연장 노동시간을 월 단위 총량제로 바꾸는 개편안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실이 번복했던 모습과 겹쳤다. 당시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아직 정부 공식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혼선 되풀이를 두고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결과라는 목소리가 있다. 정책실장직이 폐지된 상황에 윤 대통령이 책임 장관제, 스타 장관 등을 강조하면서 설익은 정책이 사전 조율 없이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 부처 장관의 조급증을 누르고 정책별 홍보 전략을 한꺼번에 논의해야 한다는 데 내부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정책 발표가 담당 장관이 뜬금없이 터뜨리는 식으로 돼 있다”며 “윤 대통령이 ‘스타 장관’을 말하니까 한 건을 하겠다는 심리도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책실장직 폐지에 따른 한계를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정책별 구상, 이행 방안과 효과 분석, 예산안 그리고 홍보까지 아우르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