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지(JUUN.J)가 지난 6월 말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진(Jean) 오버 재킷과 코르셋 톱, 팬츠를 모델들이 입고 있다. 진의 디테일을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해 준지 고유의 트위스트를 강조했다. 아래는 ‘2017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삼성물산 제공
준지(JUUN.J)가 지난 6월 말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진(Jean) 오버 재킷과 코르셋 톱, 팬츠를 모델들이 입고 있다. 진의 디테일을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해 준지 고유의 트위스트를 강조했다. 아래는 ‘2017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삼성물산 제공


■ Premium Life - 패션 브랜드 ‘준지’… 내년 S/S 컬렉션 주제는‘JUUN.JEANS’

옷가게서 자라난 정욱준 CD
젠더리스·무채색 스타일로
브랜드 론칭 불과 6년만에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올라

2012년 삼성물산 합류 이후
매년 50% 넘는 성장률 달성
전세계 100여개 매장 운영


청바지를 뜻하는 단어 ‘진’(Jean)에는 20·30세대 특유의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과 세련되고 감각적인 이미지가 느껴진다.

지난 6월 말, 글로벌 패션 브랜드 준지(JUUN.J)는 내년 봄·여름 컬렉션의 주제를 ‘JUUN.JEANS’로 설정했다. 젊음과 자유, 지속성의 의미를 담은 ‘진’을 중심으로 재킷과 니트, 톱, 팬츠 등 의류 라인을 클래식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오버사이즈 볼륨을 적용한 상의와 하의의 실루엣은 대조를 통해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짧은 팬츠와 스커트는 포인트로 가미됐다. 블루, 블랙, 화이트, 레드 등 색깔을 토대로 준지는 이번 컬렉션에서 총 22개의 착장을 선보였다. 준지를 설립한 정욱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진이라는 단어는 설명이 필요 없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며 “젊음과 자유,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철학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적용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67년생인 정욱준 디렉터는 서울 남대문에서 아동복을 팔던 부모님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옷을 가까이하며 자랐다. 1992년 프랑스의 유명 패션학교인 에스모드(ESMOD)가 서울에 분교를 내면서 그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입학해 본격적으로 패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졸업 때까지 3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수작 전시를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유명 패션 하우스에서 일하던 그는 1999년 자신의 레이블인 ‘론 커스텀’(Lone Custom)을 만들었다. 2002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그는 2007년 자신의 이름과 성의 이니셜을 딴 패션 브랜드 ‘준지’를 론칭했다.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2008 봄·여름 컬렉션’은 준지가 세계 패션 무대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를 동양에서 온 한 패션 브랜드가 선보이자 콧대 높았던 유럽의 패션 에이전트들은 ‘우리가 찾던 스타일’이라며 술렁였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정 디렉터를 당시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는 6명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준지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는 2009년 펜디(FENDI) 컬렉션 피날레에 준지를 입고 등장했다. 칼 라거펠트의 조수가 이탈리아의 유명 편집숍 단토네에서 준지의 옷을 ‘싹쓸이’한 이야기는 패션업계에서 아직도 회자할 정도다. 카녜이 웨스트, 리애나 등 유명 가수들도 준지의 팬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준지는 지난 2013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파리의상조합은 파리 컬렉션을 주관하는 단체로, 정회원이 되려면 기존 정회원 중 2개 이상의 패션 브랜드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현재 파리의상조합에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 디올, 알렉산더 맥퀸,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가 활동하고 있다. 론칭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브랜드가 해외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경우는 패션업계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로 꼽힌다.

정욱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준지의 매력은 ‘전통적이면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에서 나온다. 트렌치코트 소매에 가죽을 덧대 풍성한 볼륨을 주거나, 남성 투버튼 코트를 마치 여성의 드레스 자락처럼 해석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남성복에 접목하거나, 반대로 남성스러운 스타일을 여성복에 접목하는 ‘젠더리스’한 디자인은 준지의 전매특허다. 그러면서도 클래식을 잊지 않는다. ‘스트리트 테일러링’이라고 불리는 준지의 디자인은 무채색 위주로 전개된다. 실루엣을 분해하고 조합하면서 경계는 모호하지만,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실루엣을 섬세한 디테일로 풀어낸다. 최근에는 네온이나 레드와 같은 포인트 컬러를 더하는 등 점진적인 변화도 보여주고 있다. 정 디렉터는 ‘클래식의 전환’이 준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구라고 했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준지는 고향인 한국에 대한 헌사도 잊지 않는다. 준지는 지난 2012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합류했다. 이후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2014년에는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명품관과 롯데백화점 본점에 첫 단독 매장을 열었고, 2019년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준지의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블랙 컬러에 기하학적인 건축을 더해 ‘준지’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공간이다. ‘다크 매터(DARK MATTER)’를 콘셉트로 구성해 1층은 여성 라인과 협업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했고, 2층에는 남성 라인이 위치해 있다. 준지는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편집숍 등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준지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019년에는 여성 라인을 첫 출시했고, 매 시즌 다양한 카테고리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브랜드 철학을 확장하고 있다.

이무영 삼성물산 남성복사업부장(상무)은 “준지가 글로벌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라인에서도 매년 성장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준지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을 차별화된 경험으로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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