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인박물관, 차지량 등 협업展
“새로운 공간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서울 인왕산 중턱에 자리한 목인박물관 목석원이 현대미술 작가들과 협업한 전시를 펼치며 밝힌 기획 의도이다. 박물관은 옛 유물을 보여주는 곳으로 인식돼 있지만, 당대의 예술과 접목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는 감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목인박물관은 ‘자연스러운 사람들’전을 2일 개막했다.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사진, 영상, 음악, 설치, 회화 작품을 디양하게 선보인다.
손현선, 연예지, 오세라, 윤동임, 이유채, 차지량, 홍이현숙, 인터넷 산악회 등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년에 작가 콰야(QWAYA)와 함께한 이후로 현대미술과의 협업 전시는 두 번째이다.
이 박물관은 한국사립박물관 회장을 지낸 김의광 관장이 지난 2006년 서울 인사동에 설립했다가 2019년 부암동으로 옮겼다. 박물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무를 사람 형상으로 조각한 세계 각국의 목인(木人)이 실내에 전시돼 있다. 한양도성이 울타리를 이루는 야외 전시장엔 한국의 문인석(文人石), 무인석(武人石), 동자석(童子石)과 일본·중국 등의 석인(石人)들을 볼 수 있다. 사철 자연 풍광이 빼어나서 문화 답사 코스로 좋은 곳이다.
이번 전시 ‘자연스러운 사람들’은 이런 입지 조건과 어우러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작가마다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전시 기획자이기도 한 차지량 작가는 시골 마을인 ‘내세’에 머물며 느낀 것들을 담은 영상을 만들었다. 느리게 흘러가는 그림과 음악을 통해 마을 이름의 중의적 상징인 ‘내세(After Life)’를 떠올리는 시간으로 이끌고자 한다. 차 작가는 지난 5월 타계한 어머니가 투병하는 동안에 자신과 함께 그린 드로잉과 유품 등으로 ‘시간의 조각’을 은유한 설치 작품도 보인다.
오세라 작가의 ‘예기치 못한 기쁨’은 뜻밖의 사고와 오류가 만들어낸 사진 이미지를 통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다.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의 홍이현숙 작가는 카메라로 문화재를 가까이 훑고 어루만지는 영상으로 상상의 촉각을 관객에게 전한다.
이유채 작가의 영상 작품은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를 거쳐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성격을 띤다. 손현선 작가의 ‘별-홀 Star-Hole’은 에너지의 흐름을 주제로 삼고 있다. 웹툰 작가, 환경 활동가, 디자이너, 큐레이터 등이 모인 ‘인터넷 산악회’는 등산 에피소드를 소재로 만든 영상을 내놨다.
전시 공동 기획자인 윤지민 목인박물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돌과 나무에 바람, 믿음, 기대, 그리움들이 깃들어 있는 공간에서 펼쳐진다”며 “자연이 인간에게 건네는 무수한 질문에 대하여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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