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해원 기자의 버디와 보기 - 경기력 들쑥날쑥 왜

세계랭킹 1위 자리 부담감 커
3월 월드챔피언십 우승뒤 ‘부진’
드라이버 정확도 81.8%로 상향
그린 적중률·평균 퍼트는 하락

전문가 “올 시즌 발전하는 과정
심리적 요인 극복하는 게 관건”


미국 매체 골프닷컴은 최근 고진영(사진)을 현재 활약 중인 골프선수 중 가장 뛰어난 볼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고진영이 공을 때리는 순간 몸의 회전과 척추각, 샤프트 기울기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고진영은 최근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가 무색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1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트러스트골프여자스코틀랜드오픈에서는 올해 출전 대회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인 공동 71위에 머물렀다. 미국과는 다른 스코틀랜드 특유의 거센 바람과 구겨진 코스 등이 고진영을 지독하게 괴롭혔다. 고진영의 2022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보는 듯하다. 고진영은 올해 첫 출전이었던 3월 HSBC여자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성적의 기복이 심했다. 4월 팔로스버디스챔피언십 준우승 등 톱10에 네 차례 올랐으나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론챔피언십에선 공동 53위에 머물렀다.

골프계에서는 고진영의 기복을 과감한 도전의 영향으로 본다. 한희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고진영은 항상 더 나은 골프를 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연습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로선수들은 작은 것 하나가 바뀌어도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발전하기 위한 아픈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고진영은 LPGA투어가 진행되는 가운데 수차례 한국을 찾아 스윙 교정을 했다. 지난달 아문디에비앙챔피언십을 마친 뒤에는 “퍼트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진영이 고민하는 부분은 기록에서 엿보인다. 지난해 고진영은 그린 적중률이 78.77%로 LPGA투어 전체 선수 중 2위였다. 드라이버 정확도는 79.74%로 13위에 올랐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는 29.55개(19위), 특히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도 1.741개(6위)로 감각이 남달랐다. 올해는 미세하지만 떨어졌다. 드라이버 정확도는 81.8%(15위)로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린 적중률은 74.5%(10위)로 소폭 하락했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와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도 각 29.70개(33위)와 1.780개(27위)로 지난해보다 약간 늘어났다. 최근 부진을 설명하는 유의미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세계 1위라는 무게감에 따른 심리적 부담도 있는 것 같다. 고진영을 오래 상담해온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는 “고진영이 최근 겪는 퍼트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으로 봐야 한다. 본인도 지난해와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알지만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현재 세계랭킹 1등이 견뎌야 하는 무게감을 극복하는 중이다. 지난 5년간 지켜본 고진영이라면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3월 할머니를 여의고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자신의 표현대로 ‘사춘기’ 같았던 시간을 극복한 뒤 막판 9개 대회에서 5차례 우승하는 등 8개 대회에서 톱10에 오르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현재 LPGA투어는 4일 오후 개막하는 AIG여자오픈을 포함해 14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 중 지난해 고진영이 우승한 대회만 5개다. 최근 겪는 심리적 불안을 극복한다면 하반기 반등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오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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