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이유 문열고 에어컨 가동
시민 “이럴 거면 왜 트는지…”
서울시 에너지 낭비 지적 일어
서울시가 미래형 버스정류소라며 도입한 10곳의 ‘스마트 셸터’가 개문냉방(開門冷房)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스크린도어를 연 채로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세는 줄줄 새는데 냉방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스마트 셸터 운영지침을 서울시가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스마트 셸터 내 온도가 25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에어컨이 작동한다. 실제 이날 오전 홍대입구역 스마트 셸터 천장에 달린 에어컨 주변은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냉방 효과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에어컨의 냉기가 닿기엔 천장이 워낙 높을뿐더러 스마트 셸터의 스크린도어가 모두 활짝 열려 있어서다.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음에도 휴대용 선풍기를 꺼내 들거나 손 부채질을 하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스크린도어를 열어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본래 스마트 셸터는 각 버스가 도착할 때 정해진 플랫폼 스크린도어가 자동으로 열리고, 평소엔 닫혀 있도록 함으로써 ‘온전한 실내’에서 냉방·온열 장치를 가동할 수 있게 하는 정류소다. 스크린도어를 닫은 채로 운영할 경우 밀폐공간이 형성돼 코로나19 확산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에너지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문을 연 채로 운영돼야 한다면 에어컨 대신 다른 쿨링 조치를 생각해야 한다”며 “에너지 소비 감축에 대한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스마트 셸터를 자주 이용하는 20대 김하늬 씨는 “문을 계속 열어둔 채로 에어컨을 가동하면 에너지 낭비가 심각할 것”이라며 “이용자로서도 시원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사는 김모(여·40) 씨는 “자기 집에서 이런 식으로 에어컨을 트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 세금으로 에어컨을 트는 건데, 다른 운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가 각 25개 자치구가 맡은 개문냉방 영업 단속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점도 논란이다. 개문냉방 영업은 상시 단속 대상은 아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제한 조처를 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처음 적발되면 경고 수준의 계도에 그치지만, 이후엔 150만∼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서울시는 스마트 셸터를 서울 내 10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를 짓는 데 약 61억 원이 투입됐으며, 시는 운영·관리를 민간 기업에 맡겼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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