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마약밀반입 혐의로 실형 무기상 부트와 교환 제의 美 당혹 바이든 “용납 못해…즉각 석방” 블링컨 “그리너는 정치적 인질”
그리너 측 “즉각 항소하겠다”
러시아 법원이 마약 밀수 혐의로 기소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간판 브리트니 그리너(32)에 대해 4일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그리너 석방을 위해 10년째 미국에 수감 중인 ‘죽음의 상인’ 러시아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55)와의 맞교환을 제안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의 골이 이번 재판을 계기로 더욱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 법원이 그리너에게 징역 9년과 함께 100만 루블(약 2159만 원) 벌금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WNBA 피닉스 머큐리 소속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미국 여자농구 2연패를 이끈 그리너는 2015년부터 비시즌마다 러시아 리그 UMMC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뛰어왔다. 그는 미국에서 2주간 휴가를 보낸 뒤 지난 2월 17일 러시아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에선 불법인 대마초 기름이 담긴 전자담배 카트리지를 휴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너는 단순 치료 목적이었을 뿐 반입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리너의 실형 선고를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부당하게 그를 억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러시아는 그리너가 배우자와 친구, 동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또한 “그리너는 러시아의 정치 인질”이라며 “잘못된 구금의 부당함이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너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정부는 앞서 그리너를 비롯해 간첩 활동 의혹으로 2020년 6월 징역 16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폴 휠런 등 자국민 2명의 귀환을 위해 미국이 붙잡고 있는 러시아 무기 거래상 부트와의 맞교환을 제안했다. 부트는 1990년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에 무기를 판매한 혐의로 2008년 태국 방콕에서 검거돼 2012년 미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워싱턴DC와 러시아 모스크바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차갑게 식게 됐다”며 “바이든 정부가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놓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