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심리학 │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박효은 옮김│ 오렌지D

‘오징어 게임 심리학’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프랑스 심리학자 장프랑수아 마르미옹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바보들의 심리학’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등 ‘바보’로 사회를 통찰해온 석학이다. 왜 그는 ‘오징어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2021년 9월, 기차 옆자리 승객이 어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운동복을 입은 동양인들이 서로 치고받으며 총을 겨누기도 했다. 나는 금방 관심을 거두었다. 이튿날 함께 일하는 편집자가 ‘오징어 게임’에 관련된 책을 한 번 써보지 않을래요?’라고 말했다. 두 번째 에피소드까지 본 후, 더 볼 필요도 없이 편집자의 제안에 응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냈다면, 이번에는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나설 차례다.” 그가 말하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오징어 게임 심리학’에서 저자는 주인공 기훈을 ‘바보 같은 주인공’으로 규정한다. 456명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아 최후의 1인이 된 그를 왜 바보라 칭할까? 저자는 “참가자들은 우승 가능성이 456분의 1이니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죽을 가능성이 456분의 455라고 바꿔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꼬집는다. 결국 기훈을 포함한 참가자 모두가 실낱같은 희망에 목숨을 거는 바보인 셈이다. ‘바보 전문가’인 저자가 기꺼이 그들의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겠다고 나선 이유다.

‘오징어 게임 심리학’은 ‘돈’을 둘러싼 인간의 속내에 집중한다. 상금으로 딸에게 아빠 노릇을 하고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기훈을 비롯해 돈을 벌러 파키스탄에서 온 알리, 상금을 타서 남동생과 함께 살겠다는 새벽 등 대다수의 게임 참가 목적은 돈이다.

저자는 1900만 분의 1의 당첨 확률을 가진 프랑스 복권을 예로 들며 “복권을 사지 않으면 아예 당첨될 확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게임에 뛰어든다”면서 “하지만 당첨되는 순간 ‘주변에 알려야 하나? 누구를 믿어야 하나? 사랑이나 우정을 잃지 않을까?’ 등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프랑스 복권위원회는 당첨자들에게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당첨 사실을 주변에 밝히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말한다. 목숨을 담보로 돈을 좇지만, 불로소득은 결코 궁극적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다는 충고다.

그래서, 우승한 기훈은 행복해졌나? 그는 우승 상금을 차마 쓰지 못하고 방황한다. 여기서 저자는 ‘생존자 증후군’이라는 심리학 개념을 꺼낸다. 다른 이들이 희생되는 상황에서 홀로 살아남으면 육체적 상처 이상의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게임, 인간성을 잃는 게임에서는 그 어떤 승자도 있을 수 없다. ‘오징어 게임’과 ‘오징어 게임 심리학’이 웅변하는 지점이다. 204쪽, 1만5500원.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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