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이 강력 반발 중인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4개국 반도체 협의체) 예비회의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오는 9일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취임 3개월 차 박진 외교부 장관과 9년 차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칩4 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북한 비핵화 문제 등 한·중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외교전도 벌일 전망이다.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 기조와 중국의 반발 속에 윤석열 정부의 대중외교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이날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을 겨냥, “일방적인 패권주의가 횡행하는 오늘날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명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미국이 내정간섭, 대만독립 세력 지지, 대만 해협 평화 파괴 등 세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미 동맹 강화 기조를 펴고 있는 한국에도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하고 미국 측에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예비회의 결과에 따라 칩4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칩4 이슈는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주요 현안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이날 오후 출국한다. 한·중 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사드와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한 국익 또한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특히 윤 정부 출범 후 계속해서 강조돼 온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 흐름 속 중국의 반발을 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