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해원 기자의 버디와 보기
PGA보다 대회 39개나 적은
8개 대회지만 상금은 더 많아
LIV골프인비테이셔널(LIV)은 기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가 양분하던 남자골프의 패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LIV가 내세운 최대 무기는 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만큼 마음껏 돈을 쓸 수 있다. 그래서 LIV는 거액의 초청료를 선불로 지급하며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등 PGA투어의 거물을 차례로 영입했다. 미켈슨과 존슨, 디섐보 등은 “PGA투어 소속으로 빼곡한 일정을 소화할 때보다 LIV로 이적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LIV가 더 적은 대회에 출전하고도 더 많은 상금을 벌 수 있다는 또 다른 이유도 숨어 있다.
실제로 2021∼2022시즌 PGA투어가 47개 대회를 치르는 일정인 것과 비교해 LIV는 출범 첫해 8개 대회가 전부다. 그런데 상금은 오히려 더 많다. PGA투어의 올 시즌 최고 상금 대회는 2000만 달러(약 260억 원)가 걸린 플레이어스챔피언십. 하지만 LIV는 일반 대회에서 2000만 달러를 선수 몫으로 준다. 아울러 팀 대결 상위 3개 팀은 총 500만 달러(65억 원)의 보너스까지 나눠 가진다. 이렇게 LIV가 가진 장점은 분명했다.
하지만 LIV는 다음 대회 수를 8개에서 14개로 늘리기로 했다. 더 많은 상금을 내건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가능성은 크지만 ‘적은 출전시간’이라는 이유는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LIV로 향한 선수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은 대회 수 증가보다 승강제 도입이다. LIV는 최근 성적이 부진한 선수를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고, 실력이 검증된 유명 선수를 추가로 합류시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LIV는 대회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더 많은 스타 선수의 영입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또 한 명의 대형 스타가 PGA투어를 등지고 LIV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공개됐다. 바로 버바 왓슨(미국)이다. 왼손잡이 골퍼인 왓슨은 2012년과 2014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등 PGA투어 통산 12승을 거뒀다. 하지만 2018년 트래블러스챔피언십 이후 우승이 없다. 올 시즌도 지난 5월 PGA챔피언십 이후 부상 치료를 이유로 대회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우승자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도 곧 LIV 무대에 뛰어들 예정이다. 캔틀레이는 자신의 LIV 합류 소문에 대해 “지금은 옮기는 것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답했지만, 미국 매체들은 캔틀레이의 합류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브리티시오픈(디오픈)에서 우승한 캐머런 스미스(호주) 역시 LIV 합류가 유력해 보인다.
LIV로선 PGA투어와 DP월드투어에 대항하기 위해 세를 불리는 것뿐 아니라 이미 품은 가족을 챙겨야 하는 숙제가 더 생겼다. 캔틀레이나 스미스 같은 젊은 스타의 LIV 합류는 40대 선수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다. LIV가 출범할 당시 합류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뒤늦게 합류하는 젊은 후배들에게 밀려 입지가 불안해지면 오히려 이들이 새로운 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PGA투어를 등지고 힘이 돼줬던 ‘개국공신’을 내친다면 LIV가 원하는 명분 쌓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골프 관계자는 PGA투어와 LIV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호혜적인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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