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8일, 미국 조지아주 소규모 경매에서 한국 초상화 한 점이 출품된 것을 발견했다. 경매사가 붙인 제목은 단순히 ‘조상을 그린 한국 초상화’였고, 설명은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표범 가죽을 씌운 의자에 앉아 있다”라고만 했다. 사진에는 ‘강판부사 정은 기사생 칠십일세 을묘 구월 진상(姜判府事 貞隱 己巳生 七十一歲 乙卯 九月 眞像)’이라는 내용이 보였다. 정은(貞隱)은 좌의정을 지낸 ‘강노(1809∼1886)’의 호. 그러니까 1879년 제작된 판중추부사 강노의 71세 초상화(사진)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증조부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문인인 강세황(1713∼1791)이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강세황 집안 4대 초상화가 보관돼 있었다. 모인 사연도 다양하다. 국민적 영어교재의 저자인 고 송성문 선생이 기증한 강세황 부친 ‘강현(1650∼1733) 초상’, 진주강씨 백각공파 종친회가 기탁한 ‘강세황 초상’, 이왕가박물관 소장품이었던 손자 ‘강이오(1788∼1857) 초상’, 그리고 불과 한 달 전인 9월 19일,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아들 ‘강인(1729∼1791) 초상’이 국내 경매에 출품돼 화제가 됐었는데, 당시 낙찰된 것까지만 알려졌다. 낙찰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이었고, 공개를 준비하며 보관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강노 초상’까지 더해지면 강세황 집안의 5대 초상화 컬렉션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즉시 전문가와 함께 미국 현지로 가서 실물을 조사하고 문화재청 긴급매입비를 활용해 낙찰에 성공했다. 강노 초상의 귀환으로 강세황 5대 가족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각 그림의 예술적 수준도 뛰어나지만, 가문과 그 인물들이 훌륭하고, 한 집안 5대 초상화가 보존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강노 초상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에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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