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을 이틀 앞둔 8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에 더욱 겸허한 모습을 보인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난주 여름휴가를 가졌던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에 더욱 다지게 됐다”고 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등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선 “모든 국정 동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면서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같이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지지율 폭락에 대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했던 반응과 달라졌다.

그러나 박 장관을 경질하는 정도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핵심 지지층인 보수와 60대도 등을 돌리면서 국정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48.56%)의 반 토막이 됐다. 대통령실은 무감각하고, 정부는 무기력하며, 여당은 무중력 상태에 빠졌다.

총체적 위기인 만큼 전방위 대책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이 ‘내 탓’임을 통감하는 것이 첫 단추다. 인사 난맥과 감정 섞인 언사, 야당과의 불통,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구설,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문자 등이 실망을 안겨줬고, 지지 철회로 이어졌다. 단번에 대통령이 됐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빨리 버리고, 스스로 정치 초보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과 자주 소통하되, 깊이 생각해 국민을 감동시킬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 ‘전(前) 정부보다 낫다’는 비교도 다시는 해선 안 된다.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택했을 때 이미 그것은 대전제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 대한 고강도의 인사 쇄신도 시급하다. ‘능력 위주의 인사’ 방향은 맞지만 ‘공부 잘하던 사람’이 국정 역량도 뛰어난 것은 아니다. ‘윤핵관’부터 뒤로 물러서게 해야 한다. 불법 파업 대응 등에서 정부 부처 간 협조가 제대로 안 되는 모습이 역력했던 만큼 각 부처 업무를 조정할 ‘정책실장’을 부활할 필요도 있다. 그러면 비서실장 인재 풀이 넓어질 것이다. 김 여사 문제도 다시는 뒷말이 안 나오게 정리해야 한다. 관저 공사, 건진 법사 구설 등은 불법 여부가 아니라 국민 정서의 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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