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에 안타까운 죽음
엄마·이모·딸 침수로 숨져
발달장애·기초생활수급 가족

병원입원했던 동거 할머니가
딸 연락받고 이웃에 구조요청
물 들어차 배수 끝난 뒤 진입


9일 오전 ‘반지하 장애 가족 참변’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한 빌라 앞에서 소방관들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9일 오전 ‘반지하 장애 가족 참변’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한 빌라 앞에서 소방관들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우리 애기들 도와주세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서울·경기 전역에 폭우가 쏟아지던 8일 밤 9시쯤 40대 딸 둘과 10대 손녀와 함께 사는 할머니는 반지하 방이 침수되기 시작해 현관문이 안 열린다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할머니는 주변 이웃들에게 급히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내 딸, 내 손녀 제발 좀 구해달라”며 울부짖었다. 이웃 김인숙(66) 씨는 “‘우리 애기들 도와 달라’며 할머니가 계속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한마음으로 구조 작업에 나섰다. 같은 건물 반지하 옆집 주민 전예성(53) 씨와 2층 주민 윤훈덕(36) 씨는 망치로 일가족 집의 창문을 부수려 했지만 실패했다. 전 씨는 “오후 9시쯤 이미 반지하 현관문 밖은 물이 가득 차 수압 때문에 열리지 않았고, 창문도 마찬가지였다”며 안타까워했다.

간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됐지만 ‘골든 타임’이 지난 시점에 소방 구조에 나서 참변을 막지 못했다. 물이 빠르게 차는 반지하라는 주거 특성, 인접 도로가 협소한 점, 당일 다른 장소에서도 구조 요청이 폭증한 점 등이 피해를 키운 요인이 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9일 0시 26분 신림동 한 주택 반지하에서 발달장애 40대 여성과 그 여동생 A 씨, A 씨의 10대 딸이 사망한 채 차례로 발견됐다. 이웃 등이 전날 오후 9시쯤 신고를 했고, 경찰과 소방당국이 도착한 시각은 신고 후 30분이 지난 오후 9시 30분쯤이었다.

경찰은 주택 내에 폭우로 물이 많이 들어차 있어 배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소방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집에 물이 가득 차 있고 인력도 부족해 오후 11시 30분에서야 배수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다음날 0시 26분쯤 이들 가족을 발견했다. 이때는 이미 이들은 숨진 상태였다.

본지 확인 결과, A 씨의 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고, 기초수급자였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의 사망 소식에 이웃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인숙 씨는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집에서 같이 커피도 마시고, 딸이 립스틱도 줬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소방당국은 집중 호우로 인해 이 빌라 일대에 싱크홀이 생겨 급속도로 반지하 방이 침수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의사 검안 이후 부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예린·김보름 기자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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