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사우스론에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한 뒤 상·하원의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고 있다.  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사우스론에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한 뒤 상·하원의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고 있다. UPI 연합뉴스


■ 對中 견제용 산업육성법 공포

“美가 돌아왔고 우리가 이끌것”
2800억 달러 규모 투자 지원
기업 美공장 증설땐 세제혜택
삼성전자·TSMC 등 수혜전망

美 재정지원 받은 반도체기업
10년간 中 시설투자 불가 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대(對)중국 견제용’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2800억 달러(약 366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제조 최강국 지위에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법안의 혜택을 받는 기업의 경우 10년간 중국 반도체 투자가 제한돼, 미국이 주도 중인 이른바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4개국 반도체 협의체) 동맹에 이어 한국에는 또 다른 ‘동맹 청구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전 연설에서 “30여 년 전만 해도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40%가 미국산이었는데, 이제 10%도 되지 않는다”며 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생산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역사적 투자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돌아왔고, 우리가 이끌 것이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한 후 이날 대통령 서명을 마친 이 법안은 총 2800억 달러 규모를 반도체 산업 육성에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 달러(51조 원) △연구·개발·인력 교육 110억 달러(14조 원) △공공 무선 공급망 혁신 기금 15억 달러(2조 원) 등이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한다는 ‘유인조항’이 담겨 있어 텍사스주에 공장을 증설하기로 한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재정적 지원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에 대한 반도체 시설 투자가 금지된다. 일명 ‘가드레일 조항’으로, 기존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어 사실상 ‘독소조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핵심 광물, 부품을 사용한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해서는 세액 보조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으며 중국산 제품을 사실상 제한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미국에서 투자를 받을 경우 중국 투자 확장은 포기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로비에 나선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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