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 속 일가족 3명의 사망을 부른 비극의 현장인 지하·반지하 주택을 아예 없애는 서울시 정책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극빈층 주거 대책이 대폭 보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전체 가구의 5%인 20만 가구나 지하·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 사다리를 제대로 놓지 않으면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권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에서는 지하·반지하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시는 주거용 지하·반지하는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자체적으로는 이번 주중으로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때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는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할 계획이다. 기존 지하·반지하 주택은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없애 나가 창고용 등으로 용도를 변경한다. 문제는 세입자다. 시는 기존 세입자를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또는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지만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고시원, 쪽방, 지하·반지하 등에 사는 시민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거 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 사업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에서 이 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는 총 1669가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지하·반지하 가구는 14.8%인 247가구다. 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서 지하·반지하 가구 물량을 따로 확보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공공임대주택 물량 자체가 늘어야 다른 취약계층의 자리를 뺏지 않고 지하·반지하 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 가구 수에 따라 월 8만∼10만5000원을 지원하는 주거바우처 역시 주거 상향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북구 미아동 반지하에 사는 직장인 김모(32) 씨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가 30만 원이다”라며 “월세 38만 원짜리 1층 월셋집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지하·반지하 가구도 최장 1년간 월 12만 원을 지원하는 특정 바우처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10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강남역 일대, 도림천 등 6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만들 계획이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물을 흘려보낼 수 있도록 지하 깊이 묻은 대형 터널이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심도 빗물터널 7개를 설치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6곳은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