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로들 제언



정치 원로들은 곧 취임 100일을 맞는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 초 내건 ‘공정과 상식’ 슬로건의 빛이 바래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 신인인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은 곧 문재인 정부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작용인데, 그런 ‘윤석열다움’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원로들은 윤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이 대선 이전의 초심을 되찾고 더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은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작용으로 당선된 것”이라며 “국민은 공정과 상식에 따른 국정운영이 되길 바라는데 그 기대에 못 미쳤다”고 진단했다. 이 전 부의장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갈등 관계로 비치는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문자 파동, 윤 대통령을 향한 이 전 대표의 비판 발언들을 거론하며 “대통령으로서 여당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집권당 지도부와 유대가 좋아야 국정운영을 하면서 입법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과의 유대를 더 강화하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내부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대통령 본인부터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검찰 출신들만 기용하는 인사 문제 등이 ‘권력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면 국민도 그렇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문재인 정부와 다를 거라는 기대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윤 대통령의 만남을 둘러싼 혼선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참모들의 태도가 진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참모들이 대통령 눈치만 보고 비위를 맞추려고만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가족에 대해 “공인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고언을 했다. 정 전 의장은 “아직도 우리 국민 머릿속에는 ‘영부인은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그런 국민의 생각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사업가 출신인 김 여사가 환경·문화·동물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했지만 오히려 구설에 휘말린 점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때 스스로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만큼 국민의 생각을 헤아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대해서도 자중을 요청했다. 그는 “윤 대통령도 생각이 다른 사람까지 넓게 끌어안을 수 있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윤희·김유진 기자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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