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1명 사망·1명 실종

“맨홀 쪽으로 빗물이 소용돌이치는데 아찔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에 있는 한 맨홀을 지나친 직장인 윤용환(33) 씨는 “9일 오전 1시쯤 폭우가 내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며 “자칫 잘못하면 뚜껑이 사라진 맨홀에 빠질 뻔했다”고 11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맨홀 구멍으로 소용돌이치는 물의 흐름이 거세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걸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수압을 못 견디고 맨홀 뚜껑이 열리는 현상이 나타나 맨홀이 ‘폭우 지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 서초구에서는 지난 8일 밤 10시 49분쯤 성인 남매가 한 도로의 맨홀 안으로 휩쓸려 들어가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맨홀에 빠진 40대 남성 A 씨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1.5㎞ 거리에 있는 다른 맨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실종된 여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관내 하수도 맨홀은 27만6923개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열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뚜껑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기록적인 폭우 앞에서 잠금 해제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운전자의 경우 전방 시야 확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며 행인들도 여러 사람이 함께 건물 벽 쪽에 붙어서 이동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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