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폭우 속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지하주차장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을 퍼내고 있다.  트위터 캡처
10일 폭우 속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지하주차장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을 퍼내고 있다. 트위터 캡처


■ ‘115년만의 폭우’ 전문가 제언

“수해 일주일만에도 금새 잊혀
예산 수립 땐 관심 밖 밀려나”
“기후변화에 맞게 용량 늘리고
불투수층 면적도 줄여나가야”
“반지하의 배수시설 강화 필요”


서울 강남 일대 등의 침수 피해와 관련,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 대책을 소홀히 한 전형적 ‘인재(人災)’로, 지금이라도 ‘대심도 빗물 터널’ 등 우수 처리 시설을 보강하고 재난 알림 시스템 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1일 “변화한 기후 환경에 맞춰서 도시의 우수 처리 용량을 늘려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과거의 우수 처리 시스템으로 해결됐지만, 지금은 그 용량을 초과한 강우가 쏟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수 처리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물이 흡수되지 못하는 ‘불투수층’ 면적을 줄이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불투수층 면적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건물 사이 오픈스페이스에 녹지를 조성하고 공원, 가로수 등을 늘리면 폭우뿐 아니라 가뭄, 폭염, 열섬현상 등 다양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반복되는 수해 피해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반짝 대책’ 내놓기에 그치지 말고 예산 확보, 대책 실행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건연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홍수 문제는 일주일만 지나도 금방 잊혀서 다음 연도 예산 수립 시기가 되면 더욱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며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선제 대책이 꼭 필요한 분야임에도 ‘비가 안 오면 헛돈’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1년 추진했다가 무산된 ‘대심도 빗물 터널’(빗물저류배수시설)이 대표적 예다. 대심도 빗물 터널은 지하에 빗물을 저장했다가 내보내는 역할을 해 침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 재임 시절인 지난 2011년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지으려 했지만,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결국 하지 못했다. 반지하 주택 구조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세워진 반지하 주택 구조도 손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인기를 끌면서 반지하 주택 구조의 문제점이 조명받자 국토부는 전국 반지하 주택을 전수조사해 주거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방문 조사가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한 교수는 “기존에 세워진 반지하 주택 구조의 배수시설을 강화하는 등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고지대라도 빗물이 도로를 타고 흐르는 구조라면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등 상황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집중호우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재난 알림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붕괴한 동작구 극동아파트 옹벽은 이미 지난 5월 균열이 났다”며 “행정안전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주민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승현·김보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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