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왕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야경. 자하문 쪽에서 인왕산 정상으로 오르다가 정상 못미처에 나오는 전망장소에서 본 모습이다. 이 자리에서 보면 남산을 가운데 두고 도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울 인왕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야경. 자하문 쪽에서 인왕산 정상으로 오르다가 정상 못미처에 나오는 전망장소에서 본 모습이다. 이 자리에서 보면 남산을 가운데 두고 도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여름에 즐기는 야경 명소 4곳

인왕산 범바위 코스 낭만 가득
해운대‘더 베이101’운치 최고
경주 동궁·월지 천년고도 자태
화성행궁선‘문화재 야행’만끽


여름날 폭염의 위안은 그래도 밤이다. 풀무질로 달아오른 아궁이처럼 뜨거워졌던 도시도, 밤이 되면 기세가 한풀 꺾인다. 뜨거운 한여름의 절정이 지나고 나면 밤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느껴진다. 맹렬했던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인 이즈음이 여름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다. 여름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산과 바다, 그리고 궁궐의 명소들을 골라봤다.

◇ 도시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다…서울 인왕산 = 가까이 있어서 잘 몰라봤지만 여름밤의 야경 감상 ‘핫플레이스’는 서울 인왕산이다. 인왕산에는 세 곳의 야경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 자하문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정상 못미처에 청와대 일대부터 남산, 여의도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장소가 있다. 두 번째는 360도 전망이 확보되는 정상에서의 야경이다. 정상 아래에는 기암 범바위가 있는데 이곳이 인왕산에서 야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범바위를 최고의 야경관람 명소로 꼽는 이유는 ‘적당한 거리’ 때문이다. 자하문 쪽 전망대나 정상에서 보는 것보다 경관의 스케일은 작지만, 범바위 야경은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 너무 멀지 않아 훨씬 더 감격적이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데다 조금만 걸어도 올라설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부산 해운대 ‘더 베이 101’ 앞에서 본 해운대 마천루의 화려한 야경. 마치 미래 도시 모습처럼 느껴진다.
부산 해운대 ‘더 베이 101’ 앞에서 본 해운대 마천루의 화려한 야경. 마치 미래 도시 모습처럼 느껴진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강북삼성병원(돈의문 터 주변)을 거쳐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 범바위까지 갔다 내려오거나 인왕산 정상을 거쳐 윤동주 문학관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인왕산에서 보는 경관은 노을이 지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르니 노을이 지기 전에 올라갔다가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 게 좋겠다.

◇ 불 켜진 마천루의 숲…부산 해운대 =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어디일까. 1위는 서울 잠실의 125층(555m)짜리 롯데월드타워. 건물의 높이를 재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층수고, 다른 하나는 높이다. 2위는 부산 해운대의 엘시티 더샵 랜드마크타워. 101층에 412m다. 엘시티 더샵 A동과 B동이 각각 85층 338m, 83층 333m로 뒤를 잇는다. 층수로 따지면 그다음이 부산 해운대의 두산 위브더제니스다. 80층과 76층, 그리고 70층짜리 건물이 모여 있다. 높이 기준 순위 10위권 고층빌딩이 부산에만 6개다. 그것도 모두 해운대에 있다. 부산 해운대가 도시 야경의 대표로 꼽히는 이유다.

두산위브더제니스를 비롯한 해운대의 마천루 야경은 동백섬 입구의 ‘더 베이 101’에서 보는 게 가장 운치 있다. 더 베이 101은 부산의 야경 일번지로 꼽히는 마린시티를 마주 보고 있다. 마린시티는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된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단지. 고층빌딩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은 미래 도시 같은 초현실적인 느낌이다. 더 베이 101은 6000여㎡ 면적의 흰 선물상자처럼 생긴 건물이다. 1층의 ‘핑거스앤챗’은 맥주와 함께 피시앤드칩스 등을 파는데, 여름밤에는 마린시티 야경이 손에 잡힐 듯 바라다보이는 테라스의 야외테이블이 가장 인기다.

경북 경주의 동궁과 월지 야경. 건물은 이달 말까지 단청공사 중이라 불 밝힌 연못과 조경만 감상할 수 있다.
경북 경주의 동궁과 월지 야경. 건물은 이달 말까지 단청공사 중이라 불 밝힌 연못과 조경만 감상할 수 있다.


◇ 따스하고 환상적인 야경…동궁과 월지 = 경북 경주의 야경 경관을 대표하는 곳이 동궁과 월지다. 화려한 도시 야경이 차갑다면, 고대도시 경주의 야경은 따스하면서 환상적이다. 경주의 야경은 여름밤과 잘 어울린다. 불을 밝힌 고대도시의 낭만적인 풍경은 유적과 유물로 무거운 경주의 이미지를 단숨에 걷어낼 정도로 인상적이다. 어둠이 내린 월성 지구와 대릉원 지구의 고분이 달빛과 조명 아래 한층 부드러운 곡선을 드러내고 첨성대, 월정교, 동궁과 월지 등 천년 고도의 유적이 멋진 경관 조명 아래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도시의 야경이 화려하고 요란스럽다면, 경주의 야경은 그윽하고 운치 있다.

첨성대, 월정교, 동궁과 월지에 조명이 들어오는 시각은 일몰 직후인 오후 8시 무렵. 교촌마을 앞 남천을 가로지르는 월정교의 야경을 보고 계림을 지나 첨성대를 둘러본 뒤에 가장 화려한 야경을 뽐내는 동궁과 월지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동궁과 월지는 그동안 안압지나 임해전지라고 불리다가 2011년 정식명칭이 지금의 이름으로 정해졌다. 동궁은 태자가 살던 신라 왕궁의 별궁, 월지는 동궁 안에 있는 연못이다. 연못과 복원된 건물 세 채가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 또렷하게 떠오르고 전각과 섬, 수목의 조명이 밤의 연못에 색색으로 번지는 모습은 감격스럽다.

동궁과 월지는 이달 말까지 단청공사를 벌이고 있어 주변이 어수선하고 건축물의 반영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빛나는 연못과 조경을 보는 데엔 큰 지장이 없다. 공사 중이라 무료입장이라는 것도 반갑다.

◇ 궁궐의 밤 풍경을 걷다…화성행궁 =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일대의 그윽한 야경도 훌륭하다. 문화재가 밀집된 지역을 거점으로 지역의 특색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야간문화 향유 프로그램인 ‘문화재 야행’이 전국 25개 지역에서 진행되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수원 문화재 야행이 펼쳐지는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일대다. 행사 기간 동안 오후 10시까지 화성행궁 특별야간관람을 즐길 수 있다. 화성행궁은 한국의 행궁(왕이 궁궐을 벗어나 머무는 곳)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곳. 본래 관람 시간은 매일 오후 6시까지지만 문화재 야행 행사 기간 중 오후 10시까지 특별야간관람을 즐길 수 있다. 입장 요금은 성인 1명 기준 1500원.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9시 30분이다.

수원 문화재 야행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그동안 관람객이 모이는 공연이나 체험, 마켓 등을 열지 않고 관람형 프로그램만 진행해오다가 올해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한다. 이번 야행 프로그램은 야경(夜景)·야로(夜路)·야사(夜史)·야화(夜畵)·야설(夜設)·야시(夜市)·야식(夜食)·야숙(夜宿) 등 8야(夜)를 소주제로 65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중 기대되는 건 ‘야경’(밤에 보는 문화재). 화성행궁과 수원화성박물관, 수원시립미술관, 열린문화공간 후소, 구 부국원, 북수동성당(뽈리화랑), 수원종로교회 역사관 등 문화시설을 야간에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예24기 해설을 듣고 시범을 볼 수 있는 ‘무예24기 토크콘서트’, 조선 시대 다양한 재판 이야기를 담은 이동형 역사체험극 ‘조선job史(잡사)’, 지역 카페와 책방 등 문화공간에서 다양한 주제로 펼쳐지는 ‘책가도 야행 토크살롱’ 등도 준비돼 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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