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찍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윤 대통령이 보낸 “우리 당도 잘하네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는 수준 낮은 내용도 문제지만, 권 대행의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는 답신도 실망스럽고 충격적이었다. 봉건시대 왕의 신하 같은 시대착오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최고 윤핵관에다 당 대표직과 원내대표를 한 손에 거머쥔 실세였으니 여권이 이 정도 망가진 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느껴졌다.
역대 정부를 보면 대통령에게 다소 어려운 사람이 여당 대표였을 때 당과 대통령·청와대가 상대적으로 건강한 긴장 상태를 유지했고, 만만한 사람이 대표가 됐을 때 여당은 대통령의 졸개 노릇을 하며 함께 망하는 길로 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가 새누리당 대표가 됐을 때 “여당과 청와대가 폭망하겠구나” 하는 우려를 지인들과 나눴던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의 오만도 오만이지만, ‘청와대 홍보수석 당 대표’를 받아들이는 국회의원과 당원들의 수준이면 건전한 당내 비판이 설 자리가 없어 정권이 폭주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여당이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 정부 및 대통령실과 한 몸이 되면 정말 위험해진다. 전국에 지역구를 둔 의원·당협위원장들을 통해 생생한 국민 여론을 듣는 당은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말고 건강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석 달도 안 돼 20%대로 떨어진 건 오롯이 본인 탓이다. 검찰 후배들과 동문·지인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내각을 꾸린 인사 참사에 더해, 기자들 앞에서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시비조의 어깃장을 놓고, 부인 김건희 여사에 얽힌 의혹이 연이어 터져도 당에서조차 제대로 된 문제 제기가 없이 ‘윤비어천가’만 부르다 이 지경까지 왔다. 대통령과 여당이 상대적 자율성 없이 지배·종속 관계로 가면 제대로 된 민주정치 실현이 어렵다. ‘이재명 대표와 강성 친명계 최고위원들’로 도배될 더불어민주당도 스스로에게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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