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팀장의 북레터

지난달 중순 예약 판매를 시작한 책은 벌써 5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영화가 동원한 180만 관객은 감독과 배우 이름값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성적이기에 각본집의 인기는 더욱 놀랍습니다.
책을 읽으며 이 각본이 지닌 ‘문학 텍스트’로서의 힘이 이런 이례적 돌풍을 이끈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내’와 ‘붕괴’라는, 익숙하지만 일상에선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재발견한 영화는 수많은 대사 패러디를 낳았습니다. 해준을 연기한 박해일의 또 다른 출연작 ‘한산: 용의 출현’에 빗대 “침몰했구나, 마침내” “왜군은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각본집을 보니 이런 명대사뿐 아니라 말맛을 살린 ‘언어유희’가 예상외로 많더군요.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라는 서래의 일침이 그랬고 “원전 완전 안전”이라는 말장난이 그랬습니다. 또 고경표가 연기한 형사 수완은 “잠복해서 잠 부족이 아니라 잠이 안 와서 잠복하는 거야”라는 해준의 말에 “뭐래…간장 공장 공장장도 아니고”라고 말끝을 흐리죠.

이미 한 번 본 영화인데, 각본을 읽으니 또 영화가 보고 싶어집니다. 이번 주말엔 책이 아니라 스크린으로 해준과 서래의 쓸쓸하고도 처연한 사랑 이야기를 다시 음미해야겠습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