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정치인 사면 적절치 않다” 주장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첫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빠진 배경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강한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해 거국적인 사면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물리치고, ‘법과 원칙’을 주장한 한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3일 “한 장관이 ‘현 시점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사면 복권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긍정적으로 고려했으나,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이를 만류하는 참모들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었다. 한 장관은 이 전 대통령 사면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윤 대통령에게 “꼭 사면을 해야할 절박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이미 지난 6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없어 복권도 시급하지 않다는 점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가 ‘세트’처럼 묶여있던 상황”이라며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한 보수 진영 반발도 매우 컸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두고 “김대중 대통령과 박상천 법무부 장관을 보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취임 직후 박상천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 특별사면을 지시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세 차례나 김 씨 사면을 강하게 반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장관의 의견을 존중해 특별사면을 하지 않다가 1999년 법무부 장관을 교체한 이후에야 김 씨를 석방했다. 2000년에는 광복절 특사로 복권까지 해줬다.

이 전 대통령 측도 한 장관이 강하게 반대한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그 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안정을 위해서라면 나에 대한 사면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의 주장이 결국 사면 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크게 본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그런 입장을 내줘 대통령도 국정운영에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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