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이대준 씨가 신었던 슬리퍼가 이 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호10호에 남아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뉴시스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이대준 씨가 신었던 슬리퍼가 이 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호10호에 남아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뉴시스


檢, 최근 감식 결과 확보
슬리퍼서 여러 DNA 검출
피살 이대준씨로 특정못해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해양경찰청의 월북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된 “슬리퍼는 실종자(고 이대준 씨)의 것으로 확인됐다”는 발표 내용을 뒤집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 감식 결과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검찰은 “(실종 직전) 운동화를 신은 것 같다”는 진술에도 해경이 일부 선원들의 진술만 취사 선택해 선박에서 발견된 슬리퍼 주인을 이 씨 것으로 성급히 단정, 월북 근거로 활용한 과정에 윗선 개입이 없었는지 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해경이 이 씨 소유로 단정한 슬리퍼에 대한 유전자 감식 관련 질의를 보냈다. 이에 국과수는 지난 12일 검찰의 질의 관련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국과수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면서도 “검찰의 (이 씨 슬리퍼) 유전자 감식 결과에 질의가 있어 최근 답변이 이뤄진 것은 맞다”고 밝혔다.

앞서 해경은 2019년 9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선박에서 발견된 슬리퍼가 실종자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당시 해경의 이 같은 판단 근거에는 선원들의 진술이 주요했다. 해경은 이 씨가 슬리퍼를 벗고 내렸다는 가정을 세워, 월북 판단의 근거로 확장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국과수의 유전자 감식에선 슬리퍼에서 여러 명의 DNA가 확인됐다. 이에 해경의 중간 수사결과와 달리 슬리퍼를 이 씨의 것으로 특정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유족 측이 최근 해경으로부터 받은 선원들의 진술 조서에도 슬리퍼를 이 씨의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씨 실종 당시 함께 당직에 섰던 선원 A 씨는 해경 조사에서 “(이 씨가) 슬리퍼를 착용한 것은 아니었고, 운동화를 신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에도 당시 해경은 “(이 씨를 제외한 선원) 15명이 슬리퍼 주인을 찾아봤는데, 모두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다른 선원이 (이 씨) 슬리퍼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알았다” 등의 진술만 선택, 슬리퍼 소유자를 이 씨로 단정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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