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가전 등 수요 위축 삼성전자 재고자산 첫 50兆 넘어 3분기 영업익 전망 13.5兆로 뚝 LG전자도 9.6兆 가량 재고 쌓여
기업 신규 설비투자 재검토 나서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재고 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스마트폰·가전·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팔지 못한 제품이 공장에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재고 증가→가동률 조정·실적 악화→신규 투자 지연·보류’ 등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의 재고 자산(장부 금액 기준) 규모는 52조9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3조5924억 원)과 견줘 55.1% 늘어난 수준이다. 상반기 재고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41조3844억 원)과 견줘 25.9% 늘었다. 삼성의 재고 자산이 50조 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요와 직결되는 완제품(제품 및 상품) 재고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삼성의 올해 상반기 완제품 재고 자산 규모는 17조574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조3491억 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재고 자산 규모는 전년 동기 8조3275억 원 대비 16.3% 증가한 9조6844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완제품 재고 자산도 4조6534억 원에서 5조4101억 원으로 16.3%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상반기 6조2267억 원 수준이었던 재고 자산이 올해 상반기에는 11조8787억 원으로 늘었다. 또 LG디스플레이(2조7228억 원→4조7225억 원), 현대제철(5조412억 원→8조2657억 원) 등도 이 기간 재고 자산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재고가 빠르게 늘자 기업들은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추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을 81.0%에서 70.2%로 각각 낮췄다. LG전자 역시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관리를 위해 냉장고(127%→119%)와 세탁기(99%→81%)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의 2분기 가동률을 전 분기보다 낮췄다.
하반기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 분석 결과, 지난 16일 기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3조54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 17조2761억 원 대비 21.6%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1조1386억 원에서 9085억 원으로 20.2% 떨어졌다.
기업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부 업체는 신규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고를 활용해 유연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단기 설비 투자 계획은 여기에 맞게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