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아주엠씨엠·경동원 ‘불연 방화문’ 진출 시도했지만 규제로 선진 기술력 발휘 못해 “제도 부작용에 소비자들 피해”
지난 2011년 도입 후 10년을 넘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안전’과 ‘영세업자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을 놓고 마땅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국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자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아주엠씨엠, 경동원 등은 타지 않는 방화문을 만들어 방화문 시장에 진출하려 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대한방화문협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금속 문·창·셔터 및 관련 제품 제조업(방화문)’에 대한 중기적합업종 신청을 했다. 방화문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대기업이 방화문시장에 진출하면 자본, 가격 경쟁력, 원재료 수급 등의 우위 때문에 중소 제조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현재 동반위는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양 업계가 함께하는 조정협의체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사 과정은 최장 1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
방화문은 불이 났을 때 구조 시간을 확보하고, 불길과 유독가스를 막아주는 중요 장치다. 보통 아파트 1세대당 3개(현관문·보일러실·비상계단)가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안전과 관련한 기술력을 지닌 업체가 중기적합업종 제도에 발목이 잡혀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건 제도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진출을 무조건 배제하면 결국 해당 시장은 영세화할 수밖에 없다”며 “영세업체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행 제도의 부작용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안전과 관련한 부분은 기술 도입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 진출을 무조건 막기보단 양 업계의 상생·협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의문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중기적합업종 합의 신규 신청을 중지하고 점진적 폐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광업·제조업 조사 자료를 활용해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경제적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전체 품목 출하액 대비 중기적합업종 품목의 중소기업 출하액은 이 기간 7.9%에서 7.6%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