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시장과 관련된 범죄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관련 법과 국제 규약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고스란히 소비자가 범죄 피해를 떠안고 있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국내에서 신고 없이 영업한 해외 가상화폐거래소들을 수사기관에 통보했지만, 불법행위를 저지른 이들 거래소에 대한 실효적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금융권 및 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액은 지난해 3조1282억 원으로 4년 전에 비해 약 8배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전날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서 당국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은 외국 가상화폐거래소 16곳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통보된 외국 거래소 16곳은 △엠이엑스씨(MEXC·멕시) △쿠코인(KuCoin) △페멕스(Phemex) △엑스티닷컴(XT.com) △비트루(Bitrue) △지비닷컴(ZB.com) △비트글로벌(Bitglobal) △코인더블유(CoinW) △코인엑스(CoinEX) △에이에이엑스(AAX) △주멕스(ZoomEX) △폴로닉스(Poloniex) △비트엑스(BTCEX) △BTCC(구 BTC차이나) △디지파이넥스(DigiFinex) △파이넥스(Pionex) 등이다.
해당 가상화폐거래소들은 본사가 해외에 위치하고 있더라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므로 특금법상 사업자 신고 대상이다. 신고를 마친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갖추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반면, 미신고 거래소는 이런 안전망을 갖추지 않고 있다. 거래 위험성이 높아 당국은 미신고 가상화폐거래소 사이트와 앱의 국내 접속을 차단할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한 상태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해외 가상화폐거래소의 구매·결제 서비스도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도록 점검하고 차단할 예정이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에도 해외 미신고 가상화폐거래소들의 불법적 영업을 처벌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통보한다고 했지만 이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국내 사법제도를 통해 처리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해외 사업자를 국내법으로 처벌하는 것 자체가 국가 간 공조를 통해야 해 어려운 데다가 공조가 이뤄져 국내에서 처벌하려 해도 마땅한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실효적 처벌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디지털 금융이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면서도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 금융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