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전남 22개 시군이 한눈에 보이는 지도를 펼쳐두고 전남과 광주가 상생 1호 협력과제로 추진 중인 반도체특화단지 조성사업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남해안 남부권 초광역거점 구축 에너지 대전환시대 ‘선봉’ 설 것
광주시와 우호적 협력 더 강화 무안국제공항 300만 시대 개척
전남형 귀농·귀어정책 큰 성과 국가가 ‘지방소멸’ 대책 세워야
지방 분권·균형발전은 동시에 중앙 권한, 지방에 대폭 넘겨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영록 전남지사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전남 22개 시군이 한눈에 보이는 지도를 펼쳐두고 반도체특화단지를 설명하는 그의 언변은 거침이 없었다. 인터뷰 내내 눈빛이 빛났고 손짓도 강렬해 민선 7기 4년에 이어 민선 8기 전남도정에 임하는 그의 각오와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반도체특화단지는 전남과 광주가 추진 중인 상생 1호 협력과제다. 전국 모든 지자체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에 절실함이 더 큰 듯 보였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전남의 현주소에 대한 고심이 역력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민주당의 심장부임에도 중앙정치에서 갈수록 소외되고 있는 호남 정치 복원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정권 교체로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아무래도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기 때문에 호남권이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위해 전반적으로 예산을 축소하겠다는 기류여서 지역 사업들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된다. 그렇게 되면 호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다.”
―가장 시급하게 확보해야 할 예산은 무엇인가.
“모든 사업이 다 시급하다. 그중에서도 반도체특화단지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미래 청년 일자리가 생길 수 있고 국가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강하게 추진 의지를 밝혔으니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선 8기 전남도정의 비전과 구상은.
“남해안 남부권을 한반도의 새로운 초광역 성장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세부적인 계획들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 에너지, 우주·항공, 2차 전지, 수소산업을 키워 전남이 디지털 대전환과 에너지 대전환 시대의 선봉에 서게 할 것이다.”
―전국 지자체가 수도권 집중을 견제하기 위해 메가시티, 초광역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남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지난 7월 민선 8기 첫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를 열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남·광주 공동으로 준비단을 꾸려 규약을 만들고 양 시·도의 초광역 협력 사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전남과 광주를 넘어 전북과 제주,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아우르는 ‘남해안 남부권 메가시티’를 만드는 데 전남이 앞장설 것이다.”
―민선 8기 한 달이 지났다. 아직 이른 판단일 수는 있으나 민선 7기 때보다 광주와의 관계가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민선 7기 때는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로 워낙 갈등이 부각되다 보니 상생이 안 됐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군 공항을 빼고는 상생에 큰 문제가 없었다. 민선 8기 들어 시도민들의 상생에 대한 기대가 커져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전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생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전북에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2시간 거리에 있는 무안국제공항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새만금국제공항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나 규모, 시설, 접근성 등에서 무안국제공항이 더 나은 환경에 놓여 있다. 2025년까지 호남고속철도가 마무리되면 14개 지방 공항 가운데 유일하게 고속철도와 직접 연결된다. 무안국제공항이 가진 이런 비교 우위를 발판으로 이용객 300만 시대를 열어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방 소멸 위기가 심각하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전남만의 대책은 무엇인가.
“전남은 2013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가 시작됐고 2014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전남형 귀농어귀촌 정책을 펼쳐 매년 3만여 가구, 4만여 명이 전남에 정착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의 폭넓은 지원을 이끌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과 메마른 지방 곳간을 채워 줄 ‘고향사랑기부금법’을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지방 소멸·인구 문제는 더 이상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직접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난 7월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담회 당시 윤 대통령이 지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방시대’를 선언했다. 그러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려면 정부의 과감한 지방분권·균형발전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우선 부처 간 협의·조정을 넘어 자치분권 정책을 총괄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할 부총리급 ‘국가균형발전지방자치부’를 만들어야 한다. 출생·고령화 등 인구 정책을 진두지휘할 ‘인구청’과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할 ‘이민청’ 신설도 고민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특별행정기관 지방 이전, 수도권 2차 공공기관 이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확대 등 중앙의 권한이 대폭 지방으로 내려와야 한다.”
―정치 관련 질문도 한 가지 하겠다. 평소 호남 정치 복원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안다.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가.
“호남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으며 그 위상을 높여 왔다.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호남 정치의 위상이 많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의 본산이라면서도 그동안 호남은 그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호남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정치인을 양성해 제2의 김대중, 제3의 노무현을 길러내야 한다. 호남 정치인이자 민주당 재선 광역단체장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