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명됐다. 지명자가 규제 정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 온 시장주의자라는 점에서 일단 안심이 된다. 공정위원장이라는 직책은 경제 거래의 심판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래서 자유시장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게 필수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은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보다는 정부가 시장보다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시장 거래의 심판 역할을 하는 공정위가 앞장서서 기업의 경제활동을 막았다.
모든 정책은 그 대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공정위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니 기업, 특히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공정한 거래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착각한다. ‘공정거래’는 ‘공정경쟁’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경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경쟁은 매 순간 일어나는 동적인 개념이다. 경쟁하는 기업들의 크기도 다양하다. 경쟁행위의 공정성을 판단할 때 기업의 절대적인 크기가 판단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한다는 선입관을 가져서도 안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대기업은 강자이고, 중소기업은 약자라는 프레임으로 경제시장을 봤다. 그래서 대기업은 항상 규제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이었다. 경쟁은 동적인 개념이어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 결과에 따라 기업은 변화한다. 모든 대기업도 중소기업에서 출발했다. 공정 경쟁을 하면서 성장하는 기업에는 규제가 아닌, 훈장을 줘야 한다. 공정 경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독점기업이나, 높은 시장 지배력도 규제의 시각으로만 보면 안 된다. 모든 기업의 꿈이자 목표는 독점기업이다. 독점기업이나 높은 시장지배력은 모두 소비자가 만들어준 결과다. 소비자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독과점이나 높은 시장지배력은 소비자에게서 받은 훈장과 같은 것이다. 오히려 정부에서 만들어주는 독과점이 문제다.
주류경제학에서 가르치는 ‘경쟁이론’은 현실과 다르다. ‘완전한 경쟁’이라는 비현실적인 진공상태를 설정해 놓고 시장경제를 설명하니 현실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주류경제학의 완전한 경쟁 시장에는 대기업이 없고, 모든 기업이 똑같은 재화를 만들어낸다. 경쟁에는 완전하다는 형용사가 필요 없다. 단지 동사로서의 의미만 가질 뿐이다. 그만큼 자유시장의 동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와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30번 이상 언급했다. 윤 정부 정책 기조의 핵심에는 자유 가치가 있다. 그래서 윤 정부의 공정위도 자유시장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 크다고 규제하고, 작다고 보호하는 정책은 발상부터 자유 가치에 반한다. 공정위가 경제 심판 역할을 할 때도 대상자가 큰 기업인지 작은 기업인지는 볼 필요가 없다. 공정경쟁이 이뤄졌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하면 된다.
매 순간 일어나는 경쟁 과정을 통해,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재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장에서 소비자의 냉철한 심판을 받는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재화를 만들어내면 이윤이라는 훈장을 주고, 원하지 않는 재화를 만들면 손실이란 벌을 내린다. 그래서 기업에 가장 무서운 심판자는 소비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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