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수교 30년 - <上> 위기의 한·중 관계
베이징 순이구 일대 가보니…
큰 기대 모았던 현대차 공장
中 산업재편에 가동중단·철거
협력업체 문닫고 식당도 폐업
한·중 갈등보다 미·중 갈등 탓
사드 배치로 껄끄러워진 관계
미·중 패권전쟁이 기름 부은 격
교민 자력극복 한계 ‘엑소더스’
베이징 = 글·사진 박준우 특파원
오는 24일로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지만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관계가 틀어진 이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양국 간 교류가 미·중 갈등의 국면이 계속되며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교민들은 미·중 관계까지 더해져 한층 복잡해진 한·중 관계가 단시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탈중국’을 택하고 있다.
◇중국 산업 구조 변화보단 강해진 반한감정에 엑소더스=22일 베이징(北京) 순이(順義)구 일대의 공장 단지. 지난 2002년 북경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서고 도로 이름도 ‘현대로(現代路)’로 지어졌던 이 일대는 한때 새로운 한인 타운이 건설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가동을 중단한 공장과 빈 부지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북경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매각한 제1공장 부지는 현재 새로운 공장 건설을 위해 철거되고 있었고 정문 옆 건물은 붙어 있던 현대자동차 로고가 흉물스럽게 떨어져 나간 채 리모델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현지 교민은 “중국이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을 재편해 나가며 기존 휘발유 엔진 자동차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며 “현대자동차가 위축되면서 협력업체들이 대거 도산했고 한국 식당이나 노래방 등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가게도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한국 기업가 모임인 한국상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835개에 이르던 한국인 설립 중국 법인이 사드 갈등 직후인 2019년엔 3567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상회 관계자는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19로 더 많이 빠져나간 데다 한국 기업임을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낀 기업이 많아 현재는 집계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산업적 구조 개편도 현지에 진출한 사업가들에게 큰 타격이지만, 현지 사업가와 전문가들은 중국 내에서 반한감정이 커진 게 탈중국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 구조 개편은 그에 맞춰 대응해 나갈 수라도 있지만 반한감정에 기반을 둔 견제와 ‘텃세’는 자력으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김 씨는 “아내가 남편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차별을 받는 것을 체감한다고 하더라”며 “중국인인 아내도 이 같은 견제를 받는데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교민들이나 한국 기업인들이 현지 비즈니스에서 받는 불이익은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남아서 버티는 사람들 대다수는 5∼10년간 이뤄지는 부동산 임대 계약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계약이 만료되면 남아 있는 사람의 절반은 귀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 갈등보다 미·중 갈등이 반한감정 원인=반한감정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반한감정이 과거와는 다른 원인 때문에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전의 갈등과 양국 감정 악화가 동북공정 등 양국 간 문제로 불거졌다면 최근에는 미·중 갈등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 미·중 간의 패권전쟁이 본격화되며 안보적으로 미국과 함께하는 한국은 중국에 껄끄러운 존재고 이것이 반한감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이 ‘미·중 간 무력충돌의 승리’로 꼽는 한국전쟁(중국명 항미원조전쟁)을 최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사회적 현상도 반한감정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또 다른 현지 교민은 “미·중 갈등이 1∼2년 사이에 끝난다면 버티겠지만 10∼20년을 버티기는 어렵다”며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은 당연히 ‘출구전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이데올로기 중심보다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통해 미·중 사이에서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외교를 펴야 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서도 미·중 간 협력 구도가 필요한 만큼 한국이 미·중 사이의 중재자 내지 소통 촉진자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새 정부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균형 전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며 “그러나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는 상황에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세계와)는 공허한 레토릭에 불과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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