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신의 징계와 차기 전당대회 재출마 문제에 관해 영화 속 장면을 인용하며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르고 시작한다”고 비꼬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N ‘판도라’에 출연해 ‘(당 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면 어쩌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언급하고 “결국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영화 장면처럼 이 전 대표는 “누가 만약 전당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 타협하자면서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하면 11월쯤 또 뭐가 쑥 나타나서 옆구리 한번 푹 찌르고 시작할 것”이라며 “(자신이) 전당대회에 나가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언급한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황제의 총애를 받던 로마의 장군 ‘막시무스’가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막시무스가 황제인 친아버지를 살해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코모두스’의 모함으로 가족을 잃고 검투사가 된 뒤 복수에 성공한다는 줄거리다. 이 전 대표는 영화에 자신의 상황을 비유하며 자신을 검투사 막시무스에, 윤석열 대통령을 황제 코모두스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또 이날 방송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세력에 대해 ‘무엇을 제시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무조건 항복”이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이) 잘못한 것을 다 시인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감히 어떻게 대통령과 그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겠냐”며 “정권의 핵심에 있는 분들이 자기들이 사고 친 걸 시인하고 이렇게 해도 안 되는 거다, 그거는 나라가 부러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그래서 (무조건 항복 같은 것은) 기대도 안 하고, 요구도 안 하고, 제안도 안 듣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이날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도 출연,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상당한 분들이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옷 벗고 나가고 다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윤핵관’ 관련 인사들을 향한 요구로 풀이된다.
지난 7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 도중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에 관해 ‘내부총질’을 언급하며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는 ‘윤핵관들이 퇴진하거나 그동안의 일을 두고 사과나 해명할 경우 (가처분 이후) 본안 소송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있냐’는 질문에 “시기가 지났다”며 “대한민국에 상당한 권력이 있는 두 분이 제 뒷담화를 하다 걸렸는데 해명이나 유감 표명은 아무것도 없고 대표직을 박탈하기 위해서 비대위로 전환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두 분’은 지난 달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 전 대표를 두고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내용이 담긴 스마트폰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