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 현상은 광신적 사교 교도가 교주를 모시고 싸우는 형국이다.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원로 인문학자 유종호 평론가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거기에 박수 치는 광신도들이 너무 많다”며 “정치가 우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유지해온 것은 국민의 역량 때문”이라며 “지도자가 깨끗하고 유능해야 국가가 발전하는데 (현 상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장 짤막한 인생론이자 가장 슬픈 인간론’이라는 우리 속담 ‘철들자 망령’을 빌려 이렇게 일갈했다. “요즘 젊은 정치인들은 철부지이고, 나이 든 정치인은 망령 난 노인이다.”
최근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말들을 기록한 ‘사라지는 말들-말과 사회사’(현대문학)를 출간한 유 평론가는 말은 시속에 따라 변한다며 “우리 말은 점점 비속어가 되고 있다. 현실이 비속화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비속어 남용도 정치인이 특히 심하다”며 “자유당 시대만 해도 정치인의 말은 지금과 달리 점잖았다. 상스러운 말을 하는 건 마음이 상스럽다는 얘기다. 인품이 타락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그는 우리 시대 지식보다 정보가 넘쳐난다며 “지식은 개별 지식이 통합돼 하나의 질서를 이뤄 사람과 세상을 보는 하나의 시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며 토막 난 ‘스팸정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1957년 등단해 한국문학과 지성의 중심을 지켜온 노 인문학자에게 젊은이들에게 줄 지혜를 부탁하자 그는 “‘유행은 죽음의 어머니’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유행은 사라지는 것이다. 유행만 좇지 말고 자기의 개체성을 희구해야 한다. 그래야 문학다운 문학, 사람다운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