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투자금 2조2290억 감소 기업가치 반토막난 경우 수두룩 인력 줄이거나 회사 매물로 내놔 투자절벽 올해 계속 이어질 전망
“올해 2∼3월부터 조짐이 좋지 않더니 8월 들어 기업가치(EV)가 반 토막 내지 3분의 1로 줄어든 스타트업이 숱합니다. 투자가 거의 말랐죠. 가뭄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에요.”
스타트업계에 종사하는 30대 박모 씨는 24일 “돈줄이 막힌 스타트업들이 EV를 낮추다 보니 투자자들은 되레 상황을 관망하면서 투자를 주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결국 진행되던 투자가 어그러져 인력 감축에 나서거나 아예 회사를 매물로 내놓은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며 “최근 일부 벤처캐피털(VC·창업투자회사)조차 자본 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수년간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던 스타트업들이 ‘투자 절벽’에 봉착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여파 때문이다.
이날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135건, 투자액은 83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에 견줘 투자 건수는 19건(16.4%) 증가한 반면, 투자금은 2조2290억 원(72.7%) 급감했다. 직전 달인 6월과 견줘 투자 건수는 22.4%, 투자금은 38.9% 줄었다. 투자 건수가 증가했는데도 투자금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대규모 투자가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300억 원 이상 대규모 투자가 지난해 7월엔 12건에 달했지만, 지난달엔 3건에 불과해 약 75% 감소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활황이었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회사들조차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 자금을 유치했지만, 이제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과거에는 성장 가능성만을 부각해도 투자받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조기에 실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자금 유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계속 안 좋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정부에서 스타트업 진흥 관련 지원책을 펼치지 않는 한 얼어붙은 투자시장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