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법 대응안 모색 긴급출장
여·야 의원단과 미국 정부 접촉
세제 혜택 지원 등 요청할 계획
현지 생산공장 조기착공도 추진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긴급 미국 출장을 단행했다.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회동을 통해 IRA 시행령에 한국산 자동차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앞서 방미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 등 여야 의원들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미국에 고위관료를 파견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를 살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4일 “WTO 제소와 관련한 법리적 검토에 착수했다”며 “통상 담당 간부를 미국에 보내기 위해 날짜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현대차그룹 측은 “정 회장이 IRA 대응 등을 위해 미국 동부로 떠났다”고 전했다. 정확한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워싱턴DC 지역 방문이 유력하다. 이번 출장엔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도 함께해 정 회장이 미국의 정·재계 인사를 만나 IRA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일 정 부의장 등 국내 여야 국회의원 4명이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 워싱턴에 머물고 있어 IRA 대응 관련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미국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IRA 시행령에 한국산 전기자동차도 북미산과 같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세제 혜택 기준을 명시하는 IRA 시행령에 예외적으로 한국을 세제 혜택 대상국에 포함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IRA 대응 방안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105억 달러(약 14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부각해 IRA의 불공정함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의원들, IRA법에 반대한 의원들과 접촉해 IRA가 국회에서 재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앞서 방한한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정 회장 등을 포함한 현대차그룹 인사들을 만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의 조기착공 등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독일 BMW·아우디·벤츠, 일본 닛산, 스웨덴 볼보는 전기차·PHEV 모델이 브랜드당 1∼2개씩 보조금 대상이 됐지만,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조립이 없다는 이유로 보조금 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이다. 그러나 대당 7500달러(1000만 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점유율 하락, 매출감소 등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업계도 IRA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유럽과 일본 자동차협회와 함께 미국 출장길에 올라 미국 정부에 IRA의 부당함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황혜진·박수진 기자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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