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권리 위해 투쟁한
엄마의 삭발한 모습 등 그림
뭉클한 가족사 담아 희망 전해
‘…블루스’작가·배우들도 그려
“가장 큰 용기는 그림 그리는 것”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아요. 사람을 안으면 제가 따뜻해지죠. 포옹은 사랑이에요.”
지난 6월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에 걸린 영희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발달장애인 배우 정은혜가 그림 에세이 ‘은혜씨의 포옹’(이야기장수)을 출간했다. 2016년부터 화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제목처럼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품에 안긴 정겨운 그림들을 통해 따스한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생후 3개월에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은 정은혜는 20대 초반까지 방구석에서 홀로 뜨개질을 하거나 이불 속에 웅크린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그러다 만화가인 엄마(장차현실)의 화실에서 재미 삼아 그림을 그리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2016년부터는 경기 화성의 복합문화공간인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 얼굴 은혜씨’라는 간판을 걸고 지금까지 4000여 명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간혹 정은혜의 그림이 별로라며 “환불해 달라”는 고객도 있지만, 그는 “나의 가장 큰 용기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며 “힘들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다짐한다. “여름엔 바가지에 얼음물 담아서 발을 담그고 있어요. 엉덩이에 종기도 나요. 그래도 아무리 춥고 더워도 가기 싫은 날은 없어요, 전혀.”
정은혜가 가장 오랫동안 끌어안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역시 가족이다. 책은 작가의 뭉클한 가족사를 엿볼 수 있는 글과 그림을 담고 있다. 만화가로 활동하며 한국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장도 맡고 있는 엄마는 그림 속에서 남자처럼 짧은 더벅머리를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해 투쟁할 때 삭발한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 그림 옆에 작가는 쓴다. “엄마는 저를 오랫동안 키우느라 지쳤죠. 엄마가 많이 웃으면 좋겠어요. 같이 웃어. 울지 말고, 울보야.”
한편 ‘은혜씨의 포옹’ 출간을 기념해 책에 수록된 사진을 전시하는 개인전 ‘포옹전’은 24~30일 서울 종로구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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