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80조 ‘기소시 당직정지’
14조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
중앙위 투표서 개정안 급제동
비대위 ‘14조 반대’ 취지 판단
‘친명 vs 비명·친문’ 대립 노출

변재일(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 의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중앙위원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변재일(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 의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중앙위원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가 24일 ‘기소시 당직정지’ 및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당헌 80조와 14조 개정에 급제동을 걸자,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헌 80조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추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는 당헌 80조 및 14조 개정 안건에 대한 투표를 실시, 재적 중앙위원 566명 중 267명(47.35%)이 찬성해 과반에 못 미쳤다. 중앙위는 당 소속 국회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지역위원 등 약 50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또 현재 구성원들 가운데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당 비대위는 이번에 중앙위에서 부결된 취지가 당대표 선출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과 친명(친 이재명)계의 당내 입김이 강해질 수 있는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에 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시 당직정지’에 관한 80조 개정안은 재추진하기로 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제로는 14표 정도 부족해 과반이 안 됐다”며 “결국 권리당원 투표(우선)제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 안건을 다시 의결해 오는 25일 당무위를 거쳐 26일 중앙위 투표에 다시 상정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대위는 해당 조항의 일부 문구를 수정해 일사부재리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을 최소화한 뒤 재투표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당헌 80조 개정은 각종 ‘사법 리스크’를 지고 있는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될 경우 그를 위한 방탄용이란 논란이 민주당 및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비대위는 ‘기소시 당직정지’ 내용을 담고 있는 당헌 80조 1항은 그대로 둔 채, ‘정치보복’에 해당하는 기소는 당무위원회에서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같은 조 3항을 수정하는 절충안을 마련해 이번 투표에 부쳤다.

한편 이번에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의 당헌 14조가 부결되면서 당내 친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친문계의 갈등이 극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투표 전부터 비명계와 친문계는 이 의원이 대표직 선출에 유력한 데 이어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마저 확정되면 당 운영에서 친명계의 독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보고 이를 저지하려 해 왔다.

당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과 경쟁 중인 박용진 의원은 비명계 의원 26명과 함께 중앙위 투표를 연기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 뿐만 아니라 중앙위원들에게 개정안을 부결시켜달라는 호소를 담은 메시지를 직접 보내기도 했다. 박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 중앙위원들이 당헌 개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당 전체적으로 숙의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날 투표에서 해당 안건들이 부결되자 박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중앙위의 부결 결과는 민주당 바로세우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당내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 친문계인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중앙위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며 “당의 헌법을 바꾸는데 대부분의 중앙위원이 그 사실조차 모른 채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절차적 민주주의에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친명계도 이번 부결에 반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명계 인사들은 “(친문계 등 과거 주류 세력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비명계의 선전선동에 중앙위가 넘어갔다” 등 이번 부결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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