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1년 동안 내리는 비의 3분의 1이 하루에 쏟아졌다. 지난 8일 서울 강남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380㎜로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 1300㎜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세칭 ‘역대급’이라고 하는 이유다.

강우에 의한 침수 피해는 비의 양도 중요하지만, 비가 집중된 정도를 나타내는 강도가 더 중요하다. 이것을 ‘강우강도’라고 하는데, 시간당 내린 비의 양으로 나타낸다. 이날의 강우강도는 시간당 140㎜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서울지역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1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011년 7월 우면산 사태를 가져왔던 폭우의 강우강도가 시간당 113㎜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비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쏟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기후변화 탓도 있지만, 빗물관리 정책에도 그 원인이 있다. 그간 빗물관리의 목적은 ‘신속 배제’였다. 도시 침수를 막으려고 빗물을 빨리 내보내기 위해 지표면은 포장됐고, 포장된 지표면에서 흘러나온 빗물은 빠르게 우수관을 통해 하천으로 흘러나간다.

그러다 보니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빗물을 땅속으로 침투시키거나 빗물저금통에 모아 흘러나가는 양을 줄이는 방법이었다. 유출량을 줄이는 고민이 없다 보니 설계기준 이상의 비가 오면 저지대는 침수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의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신속 배제 정책이 오히려 도시의 침수 피해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존 빗물관리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시가 빗물을 머금고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아스팔트와 같은 불(不)투수면을 줄여서 지하 침투량을 늘리거나, 빗물저금통을 설치해 건축물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을 모아두거나, 지하에 대심도 터널을 만들어 빗물을 저장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다양한 대안이 가능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정 대안이 최선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이들 대안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이 있으므로 우열을 정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곤란하다.

대심도 터널이 많은 양의 빗물을 저류할 수 있어 침수 피해를 줄이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공사 기간과 사업비, 지하 공간 확보 여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공사 기간, 사업비, 공간 확보에 대한 고민 없이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 필자는 빗물을 머금고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스팔트 포장을 최소화하는 대신 투수성 포장과 식생을 조성하고, 지붕에서 흘러나오는 빗물은 빗물저금통에 모으는 방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아스팔트 포장을 투수성 포장과 식생으로 바꿀 경우 빗물 유출량의 10∼20%가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포장면을 식생으로 조성할 경우 증발산에 의한 온도 저감도 가능해 도시 열섬현상(heat island)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여름 집중호우를 계기로 서울시를 비롯해 폭우 피해를 본 지자체는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여러 가지 수해 대책을 고민할 것이다.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한 가지 방법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형태로 바뀌었다. 여기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절대반지(The One Ring) 같은 수해 대책은 없다. 따라서 지역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다양한 대책을 복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행정가의 철학이 아닌 전문가의 계산에 의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행정가가 바뀔 때마다 대책은 표류할 수밖에 없고 실패는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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